니카라과 제소… 8일 ICJ 첫 심리 열려
"독일, 제노사이드 협약·전시국제법 위반"
"이스라엘로 무기 수출 중단 명령해야"
독일이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민간인 대량학살을 도운 혐의로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서게 됐다. 이스라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 책임을 묻겠다며 중남미 니카라과가 독일을 ICJ에 제소하면서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에 무기를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니카라과 "대량학살 사용될 줄 알고도 무기 보내"
8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 법정에서 독일이 회부된 재판의 첫 번째 심리가 열렸다. 니카라과는 이날 독일이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협약과 전시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니카라과 측 알랭 펠레 변호사는 "독일은 이스라엘에 제공한 무기가 집단학살에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카라과는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전범으로 ICJ에 제소한 데 근거해 독일을 법정에 세웠다. ICJ는 지난 1월 해당 소송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는데, 독일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다 제노사이드 협약 당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니카라과는 독일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할 것을 명령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스라엘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보냈다는 점에서 독일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11월 기준 3억2,650만 유로(약 4,800억 원) 상당 무기를 이스라엘로 수출했다. 전년 대비 10배나 증가한 규모다. 특히 이 중 대부분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제공된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주로 대공 방어 시스템이나 통신장비용 부품 등이다.
니카라과 측 변호사 다니엘 뮐러는 이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무기를 제공하면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공수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은 자국에 씌워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9일 심리에서 적극 소명할 계획이다.
커지는 '대이스라엘 무기 지원' 비판… 美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
가자지구 전쟁으로 국제 법정에 회부된 최초의 서방 국가가 된 독일은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BBC에 따르면 독일 공무원 약 600명은 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범죄를 가자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소송은 독일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상 민간인 희생을 부수적 피해로 여기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겨냥하고 있다고 DW는 짚었다. 로런스 힐코손 영국 브리스톨대 법학과 부교수는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를 막지 못한 전 세계 국가의 책임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건은 전체 국제사회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 소송의 한 예"라고 설명했다. 다만 판결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36명은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구호요원을 노린 공습과 인도주의 위기 악화 국면에서 무기 지원을 승인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이스라엘에 공급된 무기의 99%는 미국(69%)과 독일(30%)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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