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3세 코숏 품종의 암컷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집사입니다. 얼마 전 고양이 예방접종을 할 때가 되어서 동물병원에 다녀왔는데요. 주사 맞은 목덜미에 동글동글한 멍울(혹 같은 덩어리)이 생겼더라고요. 고양이도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지 계속 뒷발로 멍울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예방접종 부작용이 나타난 걸까요? 왜 이런 멍울이 생긴 건지 너무 걱정됩니다. 언제 멍울이 사라질지, 빨리 멍울을 없애기 위해서 찜질이라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양이가 뒷발로 목덜미 멍울을 건드리지 못하게 넥카라도 씌워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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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예방 접종 후 고양이 목덜미에 멍울이 생겨서 걱정되신 집사분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접종 후 이렇게 피부에 멍울이 잡히는 경우를 가끔 목격할 수 있는데요. 대부분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심각한 경우 이런 멍울이 고양이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암으로 진단될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원인 때문에 주사 후 멍울이 발생하고, 이때 집사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고양이 주사 후 생기는 멍울의 정체
가장 흔한 멍울은 예방접종 백신이 부분적인 면역반응(외부 세균 등을 방어하기 위한 세포 반응)을 유발해서 생기는 무균성 육아종(염증으로 인해 생긴 덩어리)입니다. 이런 멍울은 몇 주에서 3개월 이내에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크게 우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집사가 멍울을 마사지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처치가 되려 자극이 되어서 멍울을 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끔씩 멍울의 크기나 상태만 체크해 주고, 만지작거리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이런 면역반응으로 인한 멍울이 피하(피부밑) 지방층에도 과도하게 생길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멍울은 잘 해소되지 않고, 커질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신반응, 예를 들어 우울함, 식욕 부진, 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면역 반응을 줄여주는 약물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또 항상 무균성(어떠한 세균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만 멍울이 생기는 것은 아닌데요. 백신이나 주사기 취급의 문제, 부적절한 주사 등으로 인해서 감염되어 농양(화농성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멍울에 고름이 차거나 고양이의 전신 건강 상태도 악화될 수 있어요. 때문에 염증을 빼는 배액 처치를 하거나, 항생제 등 감염을 조절하는 처치를 해야 합니다. 다만, 동물병원에서 적절히 주사를 맞은 경우 농양 같은 멍울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병변은 주사 부위에 발생할 수 있는 암입니다. 이를 고양이 주사 부위 육종(Feline injection site sarcoma: FISS)이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빠르게 커지고 주변 조직에 공격적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잘 확인하고 아주 광범위한 조직 적출 수술로 암을 제거해야만 합니다.
고양이가 예방접종 후 생기는 멍울과 관련해서 미국 고양이 임상가 연합 등에서는 접종 후 관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AAHA/AAFP Feline Vaccination Guideline)을 제시하고 있어요. 여기에 실린 [3-2-1 원칙]에 따르면 ① 3개월이 지나도 멍울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 ② 크기가 2cm 이상인 경우, ③ 백신 후 1개월이 지났는데도 멍울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물병원을 찾아 진찰받으라고 권고합니다.
따라서 주사 부위에 생긴 멍울이 크고, 계속 커진다거나, 손으로 잡았을 때 피하 근육층과 분리되지 않고 붙어 있는 것(근육층에 유착)처럼 느껴진다면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 및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여라도 암(FISS)으로 진단된 경우라면 초기에 적극적으로 멍울 및 주변 조직을 제거해야만 고양이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멍울 관리 방법
사연 속 고양이가 접종 후 얼마 지나지 않았고, 멍울의 크기가 작아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크기와 상태를 관찰하면서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자극을 주면 되려 멍울의 크기가 커질 수도 있어요. 환부를 풀어주려고 마사지나 찜질을 해주셨다가 되려 멍울이 커져서 동물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따라서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지지 않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만약 고양이가 환부를 자꾸만 건드리려고 하는 경우에는 넥칼라를 씌워서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고양이가 자꾸만 핥거나 건드린다면 환부에 이차적인 염증이 발생할 수 있으니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이번엔 고양이 접종 후 멍울이 발생해서 고민이신 집사분의 사연을 살펴보았는데요. 암의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너무 걱정이 되실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면역반응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되, 멍울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관찰하시고 이상한 점이 있다면 꼭 동물병원을 찾아주세요. 그럼 고양이가 무탈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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