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30여 명 사망
인질 수도 전쟁 당사국 제외 국가 중 최다
생계 위해 타지 갔다가 목숨 잃을라 우려
태국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태국인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인질로 잡혔던 악몽이 되풀이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15일 태국 공영 PBS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전날 긴급 회의를 열고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충돌에 대비한 비상조치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현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긴급 상황에 대비하라는 주의보를 발령하고,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태국대사관에 노동 참사관을 급파했다.
노동력 부족 이스라엘, 태국 노동자 선호
중동에서 멀리 떨어진 동남아시아 국가 태국이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다른 나라보다 유독 많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교육 수준이 높고 해외로 인재 유출이 많아 만성적 노동력 부족에 시달린다. 과거에는 팔레스타인 등 인근 지역에서 노동자를 데려왔지만, 중동 내 마찰이 잦아지면서 동남아 인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슬람이 아닌 불교 국가 태국 출신을 선호한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기 전 이 지역에는 태국인 3만여 명이 거주했다. 이 가운데 결혼이주자와 서비스직 종사자(약 2,000명)를 제외한 2만8,000여 명이 집단농장(키부츠) 등 농업 분야에서 일했다.
그만큼 인명 피해도 컸다. 지난해 하마스에 사로잡혔던 25개국 220여 명 인질 중 태국인은 54명으로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공습으로 숨진 태국인도 30여 명에 달한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미국 다음으로 많다.
가족 생계 짊어진 태국 노동자, 이스라엘 못 떠나
이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이스라엘을 떠나지 못했다. 당시 태국 정부가 공군기 등을 동원해 귀국을 원하는 노동자 8,000여 명을 대피시켰지만, 2만 명 넘는 사람들은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현지에 남기로 했다. 노동자 다수가 고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돌아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태국의 월평균 임금은 450달러(약 62만 원)인데, 이스라엘에서 일하면 매달 1,400달러(약 193만 원)를 벌 수 있다. 대부분은 월급을 본국에 송금한다. 이스라엘에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진 경우도 다수다. 일할 사람이 없으면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해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불안에 이스라엘 고용주들도 노동자들의 귀국을 막았다.
당장의 위험을 피해 태국에 돌아왔다가 돈벌이를 위해 이스라엘로 되돌아간 사례도 많다.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14일 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귀국했던 사람 중 다수가 반년이 지난 현재 이스라엘로 돌아갔다면서, “이스라엘 내 긴장이 계속되면 태국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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