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1000명 감축도 싫다" 반발
정부 주도 의료개혁특위 참여도 거부
정부 대승적 양보… 의료개혁에 속도
정부가 거점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을 수용해 각 대학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증원 규모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지만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발 후퇴에도 의사들은 여전히 '증원 원점 재검토'만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의료개혁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대 1,000명 감축도 반대하는 의사단체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의사단체들은 '의대 증원 인원 대학별 자율 조정안'마저 한목소리로 거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근본적 해결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국가 의료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동결하고 2026년도 이후 정원은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도 "정부가 증원 재검토를 선언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시작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의사단체들마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요구사항은 단 하나, 원점 재검토다. 각 대학에 부여된 자율 조정 권한에 대해서는 "증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개혁특위에도 의사단체들은 불참을 예고했다. 지난달 정부가 의협과 대전협에 위원 추천 공문을 보냈지만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 시민사회, 환자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지지하지만 의협은 정부와의 일대일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위는 이번 주 공식 출범한다. 위원장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명박 정부 고용복지수석비서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대외부총장 등을 지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됐다. 특위는 6개 부처 정부위원과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 등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인력 수급 현황, 의료체계 혁신안, 필수의료 투자 방향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의료개혁특위로 의료개혁 고삐 쥐는 정부
특위를 신호탄 삼아 정부는 다시 의료개혁의 고삐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 행정처분을 보류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대표를 직접 만난 데 이어 금과옥조였던 2,000명까지 포기해 내부적으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원칙을 접고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의대 증원에 찬성하지만 방식이 다소 거칠다"는 비판에 반박할 논리가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증원 규모가 최대 1,000명으로 줄어들 여지가 생겼어도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돌아올 뜻이 없다는 게 문제다. 도리어 의사들에게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저항할 빌미만 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끝내 복귀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기계적 법 집행'으로 돌아서 의사 면허정지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나마 전임의(펠로)들이 일부 복귀해 의료 공백에는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전문의 자격을 딴 뒤 병원에 남아 세부 분야를 연구하는 전임의는 수련생인 전공의보다 숙련도가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전임의(정원 2,741명) 계약률은 의사 집단행동 초기인 지난 2월 29일 33.6%에 그쳤으나 이달 17일에는 55.6%까지 높아졌다. '빅5 병원'(서울의 5개 상급종합병원)만 따지면 57.9%다.
공중보건의사 소집해제와 군의관 전역의 영향인데, 전임의들이 병원에 복귀하는 다음 달 1일까지 계약률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거점 국립대 의대교수를 1,000명 늘리기로 한 정책도 교수를 희망하는 의사들에게 유인책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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