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언론계와 국회부의장,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까지 지낸 '정무형' 비서실장 기용이다. “여야에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소개로 볼 때 압도적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에서 가교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정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임명까지 직접 발표하고,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그간의 불통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방향과 정책에 국민과 야당을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얘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력 의지를 보인 만큼 정 비서실장이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 역량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 비서실장은 ‘백성을 지모로 속일 수도, 힘으로 누를 수도 없다’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께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인사문제 등 국정 전반을 두루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의 자세 전환과 함께 견제나 반대 의사도 적극 개진할 수 있는 이른바 ‘레드팀’ 자세를 비서실이 갖지 않고는 하루아침에 국정운영이 바뀔 리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 비서실장은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안팎으로 어수선한 대통령실 기강을 조속히 바로잡고, 총리와 후속 참모진 인사도 탕평과 소통에 중심을 둔 인사가 기용될 수 있도록 고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야당은 “제1야당 대표에게 무수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인물”이라며 정 비서실장의 보수적 색채를 들어 “국민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는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 복원의 가교 역할을 맡은 이상 정 비서실장이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면서 원만한 대야 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대통령의 변화와 정 비서실장 임명이 대화정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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