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서 15만 표 헤일리 지지
'접전' 경합주서 트럼프 지지율 '암초'
"트럼프 찍을 바엔 이탈" '항의 투표'
변수 떠오른 케네디 주니어 공격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민심'이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피 말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경합주(州)를 중심으로, 좀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내 경쟁자들을 잇따라 따돌리며 가뿐하게 대권 티켓을 거머쥐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사퇴' 헤일리 두 자릿수 지지율... 왜?
2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뜻밖의 인물'에 발목이 잡혔다. 3월 초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지난 23일 실시된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권자 15만8,000명(17%)은 일찌감치 대선 후보 도전을 포기한 헤일리 전 대사를 찍었다.
이 지역은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8만500표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던 대표적 경합주다. 당시 격차의 두 배 가까운 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또 외면한 것이다. 이날 경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 득표를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웃지 못한 이유다. 최근 또 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위스콘신에서도 공화당 유권자 20% 이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었다.
이 같은 현상은 '비호감 트럼프'를 도저히 찍을 수 없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른바 '항의 투표(Protest votes)'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헤일리 후보를 선택한 공화당원 제리 크레겔(60)은 WSJ에 "저급한(shoddy) 트럼프를 도저히 지지할 수 없다"며 "트럼프 재임을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헤일리 지지자들은 11월 본선 때 트럼프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판 흔들 가능성... 케네디 주니어에 맹공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트럼프 심기를 거스르는 '눈엣가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변수로 떠올라서다. 최근 미 NBC방송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46%)은 바이든 현 대통령(44%)과의 양자 대결에서 앞섰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13%)를 포함한 5명의 다자 대결 구도에선 트럼프(37%)가 바이든(39%)에게 밀렸다.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응답자 일부가 케네디 주니어로 갈아탄 결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경계감을 감추지 않는다. 최근 트루스소셜에 "케네디 주니어는 비뚤어진 조 바이든의 재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이 심은 급진 좌파"라며 "그를 지지하는 건 쓸모 없는 항의 투표가 될 것"이라고 썼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민주당의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의 일원이지만, 지난해 민주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를 강행한 케네디 주니어의 행보를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공화당도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계심을 인정하고 있다. 알렉스 코난트 공화당 전략가는 "케네디 주니어가 하는 일엔 트럼프를 긴장시킬 것들이 많다"고 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트럼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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