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백악관에 하향 권고
대선 앞두고 이민자·청년 공략
미국에서 50년 넘게 가장 위험한 마약으로 분류되던 마리화나(대마)가 조만간 진통제 수준의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 차원 합법화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마약단속국(DEA)을 감독하는 법무부는 마리화나의 마약류 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하는 의견서를 이날 백악관에 제출했다. 법무부 제안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검토와 공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몇 달 뒤 확정된다.
타이레놀 수준 규제 완화
현재 마리화나는 미국 마약류 등급 5단계 중 헤로인, 엑스터시, LSD(리서직산디에틸아마이드) 등과 함께 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중독·남용 위험이 가장 큰 1등급은 의료용으로 쓸 수 없다. 그러나 절차가 완료되면 마리화나는 코데인 성분이 함유된 타이레놀이나 케타민 같은 진통제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과 더불어 3등급으로 묶이게 된다.
마리화나 등급 재분류는 현실 반영 성격이다. 마리화나가 1급 약물로 규제돼 온 것은 1970년부터다. 이후 마리화나가 남용 가능성이나 부작용 면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은 아닌 데다, 통증 완화 등 의료 관련 효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됐다. 이에 현재 미국 38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에서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화한 상태다. 24개 주는 기호용 마리화나 사용도 승인했다.
등급 하향이 연방 차원 마리화나 합법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허가 없이 거래한 사람들은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 다만 처벌이 1등급보다 약하다.
최대 수혜자는 판매 업체다. 세금 혜택이 늘고, 주요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은행 대출 제한도 줄어든다. 산업이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에 이날 증시에서 크로노스, 틸레이, 캐노피그로스 등 상장사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미국 정부가 마리화나 규제 완화에 착수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보건당국에 등급 재검토를 지시한 2022년 10월이다. 보건복지부(HHS)가 지난해 8월 DEA에 조정을 권고했고, 최근 DEA가 이를 승인했다.
2023년 합법화 지지 70%
여론은 합법화를 지지하는 모양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1995년만 해도 25%에 머물던 마리화나 합법화 지지 미국인 비중이 지난해 70%까지 높아졌다. 제프리스 투자은행그룹 분석가 오언 베넷은 로이터에 이번 재분류가 5년 내 완전한 연방 합법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되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흑인과 라틴계 공략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기준으로 흑인과 백인의 마리화나 사용 비율이 비슷했는데도 체포된 사람은 미국 인구의 12%에 불과한 흑인이 39%에 달했다. 마리화나가 라틴계 이민자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인식 탓에 인종차별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AFP가 전했다.
청년층도 끌어들일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마리화나 자유화에 찬성하는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인종 및 형사 사법 불평등을 개선하려 노력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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