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내리고, 달러 약세
첫 인하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
한은 "금융시장 변동성 적극 대응"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금리 인상설’을 일축하자 시장은 연내 인하 전망을 유지하며 안도했다. 최악의 선택지는 삭제됐지만, 첫 인하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라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기는 이른 상황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5.25~5.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회 연속 동결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연내 3회 인하를 예상한 3월 FOMC에 비해 강경해졌다는 평가다. 정책결정문에 '최근 몇 달 2%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했다'는 문구를 추가하며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횟수도 줄어들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진 파월 의장 기자회견 내용은 우려보다 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됐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다음 정책금리 조정이 인상일 것 같지는 않다”면서 향후 금리 경로를 ‘동결’ 또는 ‘인하’ 두 갈래로 좁혔다. 현재 금리 수준이 충분히 제약적이라면서다.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진입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릴 것”이라며 “‘스태그(경기침체)’도 ‘플레이션(물가 상승)’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6월 FOMC에서 공개될 위원들의 연말 금리 전망 점도표(dot plot)는 3월 대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지만, 연내 1, 2회 정도의 금리 인하는 아직 유효하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말부터 수요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며 물가 안정이 재개되고, 연준이 9월 이후 한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연방기금 선물시장의 기대치를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역시 9, 11, 12월 FOMC에서 금리가 현 수준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각각 56%, 67.6%, 81.6%로 전일에 비해 높게 반영했다.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에 일단 안도했다. 이날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FOMC 결과 발표 후 5% 선 아래로 내려왔고,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4.63%로 0.06%포인트 떨어졌다. 6월부터 미 국채 상환액 한도를 월 250억 달러로 줄이는 양적 긴축 완화 조치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여 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1원 내린 1,375.9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는 FOMC 결과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코스피(-0.31%), 코스닥(-0.17%) 모두 뚜렷한 방향성 없이 마감했다.
추가 인상 우려 해소에도 연준의 금리 관망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다. 향후 물가와 고용지표 결과, 중동 정세 등에 따라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환율·고물가 부담이 장기화하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2일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주요국 경제지표 발표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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