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농담이 된 아이러니들
총탄과 폭발물 등 살상무기의 핵심 원료인 화약이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던 9세기 중국의 약제사(혹은 연금술사)들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다. 1차 세계대전을 두고 “모든 전쟁을 종식시킬 전쟁”이라고 했던 H.G 웰스의 말도, 그가 정말 저렇게 말했다면, 의도와 달리 섬뜩한 반어이자 언어적 아이러니(verbal irony)라 해야 할 것이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로서 저 행위를 가장 사무치게 심판해온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자행해왔고 지금도 멈추지 않는 학살도 역사의 아이러니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러니는 세월이 흘러 모가 닳으면서 농담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무동력 항공기인 글라이더를 발명한 19세기 프로이센 공학자 오토 릴리엔탈(Otto Lilienthal)은 자신의 발명품이 세상을 여행하는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다가 시험비행 도중 강풍에 추락하면서 경추골절로 숨졌다.
미국 남북전쟁의 북군 최고위급 전사자인 존 세지윅(John Sedgwick, 1813. 9. 13~1864. 5. 9) 장군(소장)의 죽음도 그런 예다. 남부 연합군이 진지를 구축하고 저항하던 스폿실베이니아 법원(Spotsylvania Court House) 전투 중 그는 약 1,000야드(약 914m) 외곽에 포병부대를 배치했다. 남부군 저격수들의 간헐적인 총격에 포병들이 툭하면 작업을 멈추고 몸을 숨기자 그는 사선 앞에 나서 “이 거리에서는 코끼리도 못 맞힌다”며 병사들을 꾸짖다가 저격병 총탄에 왼쪽 눈 밑을 맞고 즉사했다. 당시 현장 참모들의 증언을 기록한 일부 자료는 그가 저 문장을 채 끝맺지도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를 숨지게 한 무기인 휘트워스 라이플(Whitworth rifle)의 유효사거리는 최대 910m지만 최대사거리는 1,400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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