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1.3조 연체... 1년 새 37% ↑
평균 연체율도 0.31%→0.42%로 '쑥'
전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요즘 폐업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때 받은 소상공인 대출 5,000만 원의 상환 시기가 도래한 게 결정타였다. 월세와 식자재 등 고정 비용에 대출 원리금까지. 손님 발길이 끊겨 근근이 버티는 와중에도 돈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10%대 고금리 카드론으로 4,000만 원을 끌어와 돌려막기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불경기엔 가게를 접는 일조차 쉽지 않다. 김씨는 “남은 임대기간 안에 새 임차인을 못 찾으면 권리금 1,200만 원이 날아가는 건 물론이고, 인테리어 복구 비용 400만 원도 내야 한다”며 “이제는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대출 만기가 돌아오자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쌓이는 모습이다.
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은 3월 말 기준 1조3,559억 원에 달했다. 1년 전(9,876억 원)보다 37.3%(3,683억 원) 급증해 1조 원을 넘긴 것이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314조6,854억 원에서 322조3,689억 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31%에서 올해 0.42%로 높아졌다.
모든 은행에서 연체가 늘었다. KB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액은 1년 사이 1,734억 원에서 2,636억 원으로 52% 증가했고, 연체율은 0.2%에서 0.29%로 올랐다. NH농협은행은 연체가 1,930억 원에서 3,460억 원으로 79.3% 늘고, 연체율이 0.36%에서 0.63%로 크게 뛰었다. 신한은행은 연체가 2,152억 원에서 2,663억 원으로 23.7% 늘고, 연체율이 0.33%에서 0.4%까지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연체액이 각각 15%, 23% 증가했고,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0.47%, 0.4%로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 장기화로 매출이 감소하고 비용은 계속 증가해 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기 관련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부분이 연체로 전이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악화했다”며 “숙박, 부동산, 음식점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위험 요인이 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대출 상환에 애를 먹는 개인 사업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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