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참패와 관련해 보수 정체성 강화와 보수 결집을 설파하고 있다. 어제는 한 케이블채널 라디오에서 “외연 확장을 도모하다 보니 보수층이나 보수 내부 결집을 위한 우리 공통의 인식이 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7일엔 각종 시사 프로에 출연해 “보수 정당으로서 체제를 확립하는 것도 쇄신”이라고 했다. 총선 대패 원인으로는 “보수의 결집된 힘으로 중도나 진보 쪽 국민도 우리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우리 자체가 흔들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인식은 총선 패인 분석에서도, 방향성에서도 구태의연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과거와 많이 달라진 인구 구조에 따른 세대와 이념 지형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중도층 등 외연 확대에 보수결집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황 비대위원장은 진보 쪽 인사 영입으로 보수층이 이탈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정 난맥과 이에 맞물린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해 여당이 민심을 반영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 걸 참패 원인으로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보수 정체성 강화로 방향을 몰아가는 건 바른 처방이 될 수 없다. 황 비대위원장은 “득표율은 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의석수에서 워낙 차이가 났다”고 했으나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수도권의 민심 이반 원인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만 한다.
황 비대위원장은 쇄신 의지나 추진력은 물론이고 위기 돌파 전략이 부재한 여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자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공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묶어 ‘3인 특검’을 제안한 것도 안일한 상황 인식을 드러내는 한 예다. 이러한 물타기 공세로는 여론의 수긍도,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위기임에도 여당의 각성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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