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읽기 좋은 ‘제철 문학’]
박서련 작가의 청소년 소설집 ‘고백루프’
20년 전 고교 시절 쓴 작가의 소설 담겨
“라면 물 올리듯 한 문장씩 소설 써봐요”
편집자주
한국일보 문학 담당 기자가 '지금 가장 읽기 좋은 문학 작품'을 골라 소개합니다. 작가, 평론가, 번역가, 편집자 등을 인터뷰해 '싱싱한 제철 문학'을 눈앞으로 배송해 드립니다.
소설 ‘카카듀’(3월), 청소년 소설집 ‘고백루프’(4월), 청소년 소설 ‘퍼플젤리의 유통 기한’(4월), 소설 ‘폐월’(발간 예정), 또 이달 영문판이 나온 소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A Magical Girl Retires)’의 후속작(발간 예정)까지.
소설가 박서련(35)의 촘촘한 2024년은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2018년(‘체공녀 강주룡’) 이후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내온 그다. 주인공은 물론 소재, 장르까지 책장을 넘기기 전까진 가늠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작품으로 독자와 만나온 박 작가의 여러 책 가운데서도 그의 진정한 첫 소설이 실린 ‘고백루프’가 눈에 띈다. 수록작인 ‘발톱’과 ‘가시’는 박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인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쓴 소설로, 고향인 강원도 철원을 포함해 그의 고유한 원형이 담겼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에 있는 창비교육 본사에서 만난 박 작가는 청소년 소설집을 통해 약 20년 전 작품을 선보인 이유에 대해 “과연 잘하는 짓인가 회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고 답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가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읽고 ‘이 정도라면 소설가가 될 수도 있겠는데’라고 여겼듯 오늘날 어딘가의 청소년도 박 작가의 첫 소설을 읽고 “‘쉬워 보이니 한번 해볼까’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 박 작가의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용기를 내 볼 가치가 있는 일이었어요.”
입시에 치여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인상이 짙은 한국 청소년이지만, 사실 지난해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학생들의 독서율은 95.8%를 기록했다. 성인(43%)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인데, 왜 청소년이 자라면 책을 멀리할까. 박 작가는 “성인은 청소년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 하지만, 자기가 읽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책을 읽어야 대학에 가지’라는 식으로 독서를 효용으로 접근한다면 청소년 이후의 시기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서의 가치를 성인들이 인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늘 생각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고백루프’를 포함해 4월에만 청소년 소설을 잇달아 낸 박 작가에게 만화책이나 웹소설을 독서로 보지 않는 시선에 대해 물었다. 자신 역시 학창시절 귀여니 등의 웹소설을 “울면서 읽었다”는 박 작가는 “웹소설을 읽고 자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중반 세대의 여성들이 지금 문학 출판계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이든 그것이 서사의 형태를 하고 있고, 활자로 이뤄졌다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웹소설만 많이 읽어도, 하나도 안 읽는 것보다…”라고 말을 이어가던 그는 “저도 모르게 웹소설과 출판소설에 위계를 두고 말한 것 같다”고 황급히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작가는 거듭 청소년들에게 강조했다. “소설 쓰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된장찌개를 한번 끓여봐야 무엇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잖아요. 한번 써보면 읽는 건 쉬워지고, 또 자신이 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의 “라면 물 올리듯이 한 문장을 내디뎌 본다면 좋겠다”는 말을 따라가다 보면 “가능성은 반반”이다. 언젠가 소설가가 되거나 아니면 그냥 소설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 되거나. 어떤 길이라도 인생에 큰 손해는 아닐 테다.
박서련 작가가 직접 뽑은 ‘제철 문학’은?
‘체공녀 강주룡’과 ‘카카듀’
“역사 소설인데다 장편이라 ‘고백루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저에게는 각각 첫 책과 최신작이라 그야말로 박서련의 ‘과거와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체공녀 강주룡’이 아니었다면 저는 소설가로 활동할 수 없었을 겁니다. 또 ‘카카듀’는 제가 죽은 이후에 누군가가 한국 문학사를 다루며 박서련을 이야기한다면 연구될 대표작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서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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