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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21년 8월 30일 무더운 여름, 서울에서 스님들이 세 걸음마다 절을 하며 나아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30㎞ 오체투지 행진 시작 일이었다. 장애인단체, 에이즈(HIV)환자단체, 기독교단체, 난민단체 사무실 앞을 지나 국회로 향했다. 동성애도, 심지어 다른 종교도 배척하지 않는 불교는 ‘포용의 종교’이다. 모든 생명을 평등하고 존귀하게 본다. 하지만 전통적인 이미지 때문에 ‘할머니 종교’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엔 역대 최다 방문객이 몰렸다. 2013년 시작돼 12회째인데, 올해 관람객의 80%가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이 차지했다. ‘재밌는 불교’를 내걸고 디제잉, 밈(meme),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과 과감하게 결합했다. 스님 복장으로 디제잉을 하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인기 또한 ‘힙한 불교’의 등장을 상징한다.
□ 몇 년 전만 해도 ‘불교 신자’라고 방송에서 밝힌 젊은 연예인이 “다들 놀라는 반응이라 민망했다”고 할 정도였다. 한국인 중 20%가 개신교, 17%가 불교, 11%가 천주교 신자인데, 젊은 층일수록 무종교 비율이 높고 불교 신자는 더욱 드물다. 하지만 종교별 호감도 조사는 사뭇 다르다. 불교가 100점 만점에 52.5점으로 1위였고, 가톨릭 51.3점, 개신교 33.3점, 원불교가 29.4점 순이었다. 그만큼 불교의 확장성이 크다고 하겠다.
□ 사실 불교는 포용적인 만큼 느슨한 매력도 있다.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템플 스테이를 꿈꾸고, 절밥의 묘미에 빠진다. 성적 지향과 같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절대자’에게 거부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가질 필요 없다. 법화경(불교경전) 사경(베껴쓰기)은 명상의 방식으로도 각광 받는다고 한다. 불안과 번뇌 속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도와준다면, ‘힙한 불교’는 아주 고마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곧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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