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13세 시츄와 행복한 반려생활 중인 보호자입니다. 저희 집 강아지는 시츄 집안에서 태어나 모유를 먹고 건강하게 자라다가, 7개월 이후 중성화까지 완료된 채로 저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평소 잔병치레도 없고 예민한 부분도 없습니다. 양육하면서 크게 어려운 점도 없었어요. 모든 지인들이 ‘너희 집 강아지는 감정 기복이 없고 무던하다.’고 표현할 정도죠.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어요. 목줄을 한 상태에서만 다른 개를 보면 격렬하게 짖으면서 달려가려고 한다는 거예요. 크기와 종 상관없이 말이죠! 그렇다고 공격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짖다가도 상대방 개가 가까이 다가오면 바로 등을 돌리고 모르는척해요. 반려견 놀이터에서도 안전문 밖에서는 짖으면서 달려가려고 하지만, 막상 문을 열어주면 조용해집니다. 심지어는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강아지를 발견해도 꼭 짖습니다. 마치 자기를 보라고 하는 것 같아요. 다른 강아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운동장, 놀이터 등 오프리쉬 상태)에서는 수줍은 듯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냄새를 맡기도 해요.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은 저만 아는 일이고, 상대방 개와 보호자가 기분 나빠할 수 있으니 맞닥뜨리기 전에 안고 가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심리인지 너무 궁금해요! 저를 믿고 강한 척하는 걸까요? 다른 개가 무서운 거라면 다가가지 않을 것이고, 놀고 싶은 거라면 다가왔을 때 도망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제발 저희 집 강아지의 심리를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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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놀로(스파크펫)에서 반려동물 전문가 양성을 하고, 인도적이고 과학적인 반려동물 트레이닝을 선도하는 KPA(카렌 프라이어 아카데미) KOREA 팀으로 활동하는 김민희 트레이너입니다.
오늘 사연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이자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당황스러운 행동 이슈인데요. 목줄이 없는 장소에서는 다른 개들과 문제없이 잘 지내면서도, 산책 시 줄을 착용했을 때만 타인/타견에 대한 반응성이 나오는 상황이에요. 이를 전문용어로는 ‘목줄 반응성’ (Leash reactive)이라고 합니다. 목줄 반응성 행동의 원인과 솔루션, 그리고 흔히 잘못 사용하여 행동을 더욱 악화시키는 훈련 방법까지 알아보겠습니다.
목줄 했을 때만 짖는 이유 : 좌절감과 불안감
목줄 반응성이란 반려견이 목줄을 한 상태에서 주어지는 자극들(고양이나 쥐와 같은 소동물, 어린이, 움직이는 물체, 사람 등)을 마주했을 때 목줄이 없을 때보다 더 심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목줄 반응성은 목줄로 인해 자극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그렇다고 맞설 수도 없는 상황에 대한 좌절감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좌절감은 목줄뿐 아니라 특정 장소에 갇힌 경우에도 반응성을 보이게 됩니다. 또한 목줄이 없을 땐 반려견이 도망을 치거나 다가갈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목줄을 한 상태에서는 반려견에게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데요. 이때의 불안감이 목줄 반응성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자극 물체에 다가가려는 행동을 보이지만 이는 다가가려고 하는 것일 수도 또는 벗어나고 싶은 불안감에 의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말이에요. 그 외에도 목줄을 했을 때의 충격적인 경험이나 반복되는 잘못된 훈련 방법(보호자의 잘못된 목줄 컨트롤) 등이 목줄 반응성의 원인이 됩니다.
교육 방법 5가지 : 자극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목줄 반응성은 오랜 기간 꾸준한 교육이 요구되므로 보호자 또한 교육을 생활화하며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려견은 이미 오랜 기간 좌절감과 불안을 겪었으며, 반려견의 흥분도가 오르면 보호자 또한 스트레스를 받아 잘못된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급적이면 보호자 혼자 교육을 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하는 트레이닝이기도 합니다.
① 애초에 자극을 피하기
한번 반응성이 일어나면 혈액 속 코르티솔˙ 수치가 오르며, 스트레스가 지속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자극에 노출하지 않는 관리적 방법입니다. 너무 자극이 많은 장소는 가능한 피하고, 가급적 한적한 공원 등을 산책 장소로 정하며, 반려견이 간식을 잘 먹을 수 있는 편안한 장소라면 아래 ②번의 교육을 꾸준히 연습하세요.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혈당과 혈압을 상승시키는 부신피질호르몬.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면역체계를 악화시킨다.
② ‘돌아(유턴)’ 배우기
자극이 없는 장소에서 반려견이 잘 먹는 간식을 지참하여, 걷고 있는 진행 방향으로부터 180도 반대 방향으로 진행 방향을 바꾸는 ‘돌아(유턴)’ 연습을 합니다. 이때 반려견의 목에 가해지는 압박이 없도록 돌기 전 줄은 짧게 두 손으로 잡고, 정반대가 아닌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그리고 천천히 돌아야 합니다. 반려견이 보호자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느낌을 받고 보호자를 따라 방향을 바꾸어 온다면 칭찬과 함께 간식을 주어 ‘돌아’를 배울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합니다. ‘돌아’가 익숙해진다면 나중에 자극을 만나기 전에 보호자가 미리 방향을 바꾸기 용이하고, 낮은 단계의 자극부터 차근차근 연습하며 흥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③ 자극이 예상되는 지점에서는 대비하기
강아지, 고양이 등 자극이 많은 곳 등이라면 보호자는 줄을 두 손으로 평소보다 짧게 잡고 반려견 가볍게 부르고 간식을 주는 등 보호자에게 집중시켜보세요. 무방비하게 만나는 갑작스러운 자극과 그에 따른 반응, 그리고 보호자의 정신없고 불규칙한 행동(안돼! 스읍! 줄당기기 등)들은 반려견이 더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요인입니다. 또한 이미 반려견이 흥분하고 짖기 시작했다면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난 것입니다. 한계점을 지난 상태에서는 학습이 불가하므로 반려견이 안정을 찾을 수 있게 자극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합니다.
④ 다른 개와 인사하지 않기
다른 개에게 반응성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보호자는 불규칙하게 자기 마음에 따라 어떤 개는 인사를 시키고 어떤 개는 인사를 시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규칙이 없는 인사에 반려견이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좌절감을 크게 느낄 것이고, 또한 내 반려견이 물지 않는 반응성이라고 하더라도 상대 반려견의 성향에 따라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모든 개와 인사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만들어 반려견이 이를 익혀야 일일이 흥분할 일이 없어지게 됩니다. 다가오는 반려견이 있다면 상대방 보호자에게 가볍게 거절 의사를 전달해 주세요.
⑤ 어쩔 수 없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극을 마주한다면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당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상이 알아서 지나갈 자극이라면 잠시 줄을 짧게 잡고 자극이 지나간 후 무던하게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고, 너무 갑작스럽고 격하게 흥분하는 상황이라면 (위의 교육과 관리를 병행한다는 전제하에) 긴급한 상황은 안아들고 자리를 벗어나도록 합니다. 다만 이때 아주 건조하게 안아들도록 하고 반려견을 문지르거나 혼내는 등의 부가적인 행동은 상황을 악화 시킬 수 있으니 하지 않도록 합니다.
위 5가지 방법들을 끈기 있게 실천하다 보면 점차 반려견이 자극에 둔감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반려견이 특정 자극에 반응을 하지 않았거나 잘 지나쳐갔다면 옳지! 와 함께 간식 보상을 해주어 반려견이 자극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알려줄 수 있도록 연습해 보세요.
교육 중 금기사항 : 혼내거나 고통 주기
반려견의 감정은 무시한 채 빠른 행동 개선만을 목표로 한 전통적 강압식 훈련 방법은 비과학적이고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불안감을 높이고 보호자와의 유대감을 해치고 나아가 반려견의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이나 목숨까지 위협하는 방식입니다.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어 못 짖게 하기
반려견이 짖을 때마다 큰 소리로 혼내거나 큰 소음을 유발하는 것은, 귀신의 집에서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 울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동은 반려견을 패닉에 빠지게 합니다. 또한 고통을 위한 도구, 보호자의 목줄 잡아채기 등으로 육체적 고통이 반복되면 반려견은 자극을 만났을 때 고통(불안)을 느낀다는 학습을 통해 행동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 힘으로 제압하기
목줄로 질질 끌고 가기 뿐 아니라 ‘보디 블로킹’이라는 명목으로 반려견을 무릎으로 차거나 신체를 압박하는 등의 행위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들은 짖거나 달려드는 ‘행동’은 없어질지언정 감정적으로는 매우 악영향을 미치는 비과학적이고 비인도적인 방법입니다. 참고로 올바른 보디 블로킹이라는 것은 학습자와 자극 사이에 위치하며, 시야 차단과 접근 방지의 효과를 목표로 학습자에게 압박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노령견에게도 행동 교정이 필요할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반려견의 흥분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그 어떤 나이의 반려견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과한 흥분 행동은 반려견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연자의 반려견은 13세로 노령견에 속하는데요. 노령견일수록 오랜 기간 동안 경험한 좌절감이나 잘못된 훈련 등을 이유로 빠른 행동 변화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 인지능력이 떨어져 행동 변화에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이가 어린 반려견보다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트레이닝적인 해결보다는 관리적인 해결 방법을 추천하며, 필요하다면 비교적 쉽게 반려견의 불안을 낮춰줄 수 있는 행동 진료를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산책 중 반응성이 높은 반려견의 고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반려견의 행동 이슈를 단순하게 ‘행동’으로 바라보지만, 실제로는 행동보다 ‘감정’적인 부분을 더 들여다보며 불안, 공포,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반려견의 감정이 변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행동 또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왜 반려견의 행동 변화를 바라는지, 또 반려견이 어떻게 행동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지, 인도적인 고민을 하는 보호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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