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어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침묵했다"고 반성문을 썼다. 4·10 총선에 출마한 30·40대 정치인 20명이 그제 밤부터 진행한 밤샘토론의 결과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소통 방식의 변화'에 방점을 찍은 것과는 결이 다른 진단이었다. 당정이 진정한 쇄신으로 나아가려면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제시한 시대정신인 '공정과 상식'의 붕괴를 지적한 소장파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첫목회는 총선 패인으로 이태원 참사, 연판장 사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입틀막 논란,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등을 꼽았다. 윤 정부 2년 동안 친윤계가 주도한 이러한 사건들로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고 했다. 다만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공수처와 검찰 수사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여권의 입장과 크게 차별화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에도 20대 국회(2016년 총선) 이후 국민의힘에서 자취를 감춘 소장파가 보수 재건을 위해 건전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당정은 총선 참패 이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서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구인난 끝에 '영남·친윤' 인사를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차기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계파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심판을 받은 친윤 낙선·낙천자를 대거 대통령실 참모로 기용하고 있고, 최근 김 여사 의혹 수사를 맡은 검찰 고위급 간부를 대거 교체하면서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소장파의 목표인 '공정과 상식의 복원'은 하루아침에 달성될 수 없다. 뼈저린 반성과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당정이 함께 변화와 쇄신을 실천할 때에야 가능하다. 소장파는 앞으로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인다면 쓴소리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당정이 이를 '내부 총질'이나 낙선자의 불평으로 치부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