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3,000명 증원’ 의견을 정부에 냈던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일부 과격 의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임원 명단을 커뮤니티에 올리며 ‘신상털기’를 하고 막말을 퍼붓는다.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는 ‘입틀막’을 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가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지난 1월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해달라는 정부 요청에 ‘매년 3,000명씩 5년간 총 1만5,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회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부가 지난 10일 법원에 제출한 56건의 증원 근거 자료에 포함된 이 내용을 의료계가 언론에 배포하면서 공개됐다. 협의회 제안은 의료계가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보다도 규모가 더 크다. 협의회는 회신 자료에 ‘응급실, 수술과 등 필수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없고, 심각한 구인난과 이로 인한 인건비 급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을 담았다.
과격 의사들에게 종합병원들이 처한 현실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협의회 공격은 집단 테러 수준이다. 임원 7명 명단을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뜨렸고, 협의회장을 향해서는 “저런 게 선배 의사냐” “대한민국 의료를 박살 낸 주범” 등의 과격한 글을 쏟아냈다. 심지어 협의회장이 원장으로 있는 K병원 구성원들에까지 “그런 병원에서 왜 일하냐”고 공격을 퍼붓는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공격은 막장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K병원 의료법 위반, 리베이트 등 불법 사례를 제보해달라”고 대놓고 좌표찍기를 한다. 심지어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취약계층은 모두 K병원으로 보내주길 바란다”고까지 적었다. 정부의 외국 의사 투입 방침에 반대하며 소말리아 의대생 졸업 사진을 올려 인종차별 논란을 빚더니 이젠 취약계층까지 도구로 삼는다.
앞서 의사 커뮤니티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를 지킨 전공의 명단이 ‘블랙리스트’처럼 올라왔고, 그 밑에는 ‘평생 박제’ 같은 험악한 댓글이 달렸다. 병원에 복귀하고 싶어도 보복이 두려워 그럴 수 없다는 호소가 나왔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의사 윤리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