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후보군과 어울려 지지 발언
돌아선 해결사는 혐의 뒷받침 증언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누는 무기가 됐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위 무사’를 자처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을 찾아 자기 당 대선 후보를 감쌌다.
“대통령 승계 2순위가 저열하게”
그의 충성심은 ‘하원의장씩이나 돼서 사법 불신 조장에 앞장선다’는 빈축도 불사할 정도였다. 법정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한 대통령(트럼프)을 처벌하고 다른 대통령(조 바이든)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 시스템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승계 서열 2위인 하원의장이 저열하게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골수 지지층) 집회에나 어울리는 과열된 언어까지 써 가며 미국 법정에서 열리는 재판, 더 나아가 사법 시스템 자체를 ‘가짜’이자 정치극이라 부르는 장면을 목도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개탄했다.
맨해튼 법정은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운동 장소가 됐다. 지원군은 존슨 하원의장뿐 아니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州)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플로리다) 등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공화당 인사들이 재판정에 나타나 제각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모두 당내 대선 경선 주자였을 정도로 거물이다. 전날은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법원에 와 눈도장을 찍었다. 미국 NBC방송은 부통령 후보들이 ‘충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물 홍위병 군단을 거느린 전 대통령의 위세에 짓눌린 탓일까. 입막음 돈 지급 대상이자 핵심 증인인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는 재판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니얼스의 변호인인 클라크 브루스터는 전날 미국 CNN방송에 출연, “지난주 뉴욕 법정에 도착했을 때 대니얼스가 두려움으로 몸이 마비됐고 뉴욕에 오는 게 안전한지 걱정했다”며 “법정에 출석한 날은 매일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말했다.
“‘입막음 돈’ 받으려 가짜 청구서”
다만 재판마저 트럼프 전 대통령 뜻대로 굴러가지는 않는 모습이다. 개인 변호사로 일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관된 뒷일을 은밀하게 처리해 한때 ‘해결사’로 불렸으나 복역 후 등을 돌린 핵심 증인 마이클 코언은 이틀째 증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직접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이날 검사 증인 신문에서 2017년 2월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만나 대니얼스에게 건넨 합의금 변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그룹에 법률 자문비 명목으로 12개월간 매달 3만5,000달러(약 4,700만 원)씩 총 42만 달러(약 5억7,000만 원)를 청구했는데, 해당 청구서들이 대니얼스에게 자신이 지급한 돈을 변제받기 위한 가짜 서류였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6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으려 2016년 대선 당시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한 뒤 회사 기록을 조작,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꾸몄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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