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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배우 마동석은 영화 ‘바람의 전설’(2004)에 단역으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서른세 살 때다. 그는 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로 연극 무대 출신도 아니다. 당연히 오랜 무명생활을 거쳤다. 그가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4’가 15일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3편이 1,000만 관객 진기록을 세웠다. ‘바람의 전설’ 제작진도, 배우들도 그가 20년이 지난 후 ‘범죄도시’의 형사 마석도로 맹활약하리라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 ‘범죄도시’ 시리즈에는 예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세우기 힘들 기록이 여럿 있다. ‘범죄도시2’(2022)와 ‘범죄도시3’(2023), ‘범죄도시4’는 각기 1년 간격으로 개봉해 3년 연속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시리즈 영화를 매년 선보이기 쉽지 않고, 관객몰이를 매번 하는 건 더 어렵다. ‘범죄도시’는 주연배우가 기획과 각본, 제작까지 도맡아 1,000만 영화가 된 첫 사례다. 각본이 완성된 후 감독을 정하는 제작 방식이 한국 영화계에서 생소하기도 하다.
□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 실력자는 감독이었다. 신상옥(1926~2006) 감독은 1960년대 신필름을 설립해 충무로를 호령했다. 당대 최고 스타 신성일이 신필름 전속배우로 연기를 시작할 정도로 신 감독 위세는 대단했다. 한국 영화 침체기였던 80년대에는 정진우 감독과 이장호 감독, 이두용(1941~2024) 감독 등이 제작사를 운영하며 충무로를 ‘분할 통치’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강우석 감독이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를 통해 한국 영화계를 10년가량 쥐락펴락했다.
□ 배우 마동석의 유례없는 성공은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사한다. 마동석은 ‘범죄도시2’로 100억 원가량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3, 4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로만 300억 원을 버는 셈이다. 광고 모델료나 재테크로 불린 재산 등을 빼고 영화로만 가장 많은 돈을 번 한국 영화인일 거라는 말이 나온다. 감독이 한국 영화 제작 전반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부를 쌓던 시절은 저물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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