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이날까지 11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이어오고 있다.
목표 수준(2%)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동결 배경으로 거론된다. 4월 2.9%로 떨어지긴 했지만 사과 등 농산물 물가가 큰 폭 오르면서 1~3월 물가 상승률은 평균 3%에 달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1분기 '깜짝 성장'도 금리인하를 늦추는 배경이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되 내수는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달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1.3%로 집계됐다. 특히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7%포인트로 순수출 기여도(0.6%포인트)보다 높아 '내수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 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도 미뤄지고 있어 한국이 먼저 내리기도 부담스럽다. 이미 두 나라의 금리차는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날 공개된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한은 조사국은 수정 경제전망을 내고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로 높였다. 예상을 뛰어 넘은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2월 전망 대비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6%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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