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압력 커져" 금리도 동결
시장, 물가상승률 전망 유지에 주목
"이르면 8월부터 2회 내릴 것" 전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물가 상승 압력에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한은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이지는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하반기 1, 2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11회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통해 "성장세 개선,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커진 데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결정 배경을 밝혔다. '성장세 개선'이란 1분기 1.3%의 깜짝 성장, 그로 인해 한은이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사실을 뜻한다. 통상 경제가 활성화할수록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금리 인하에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무조건 금리 인하는 아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기준금리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하반기 인하" 의견 고수
하지만 시장은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고수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면서도, 한은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은 2.6%로 유지한 배경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하반기 물가 상승률만 2.4%로 지난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였다.
한은이 물가 상승률 전망을 유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①"성장률이 제고된 것은 4분의 3이 순수출(수출-수입) 증가에 기인하는데, 순수출은 물가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1(이 총재). 이 총재는 수출 회복은 예상했으나, 겨울 날씨가 좋아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고 반도체 투자 지연으로 설비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는 예상 못 했다고 첨언했다.
두 번째, 내수가 예상보다 높지만2 강하지 않다. 이 총재는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이 1.6%에서 1.8%로 상향됐으나, 연간 성장률 전망(2.5%)보다 완만하다"며 ②"내수가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이유로 금통위원 중 한 명은 '3개월 내 금리 인하' 의견을 3회 연속 유지하기도 했다. 한은은 ③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④경상수지 증가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도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를 내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길어진 눈치 싸움에도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남겨둔 금통위"였다며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NH투자증권도 "금통위가 인하의 마지막 퍼즐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하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는 기존 의견을 유지하며 8월부터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9월부터 물가 둔화가 확인될 것"이라며 11월 인하를 예상한 의견(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나왔다.
- 1 순수출은 물가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
-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수출 개선이 물가에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수출이 개선되면 기업 실적 개선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이는 다시 시차를 두고 소득 개선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소득 개선이 실제 소비 지출로 이어져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도 시차가 있다"며 "이 모든 과정이 올해 안에 실현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 2 내수가 예상보다 높지만
- 이날 한국은행은 1분기 내수가 견조했던 것은 일시적 효과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휴대폰 새 모델이 보름 정도 일찍 출시돼 소비를 앞당겼고 △정부의 이전지출이 예년보다 17조 원 더 늘었으며 △날씨가 좋아 대면활동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전지출은 실업수당· 재해보상금처럼 생산활동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소비지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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