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치솟고 도움 요청 비명 가득했지만
열악한 환경에 구조 불가… 병원도 마비
액시오스 "바이든, 레드라인 위반 검토"
"불길이 치솟고, 사람들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사방에서 도와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 모하마드 알하일라(35)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이같이 말했다. 전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라파 북서부 탈 알술탄 난민촌 일대가 불바다가 된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이 공격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 알하일라 역시 어린이 4명을 포함, 가족 7명을 잃었다. 그는 "죽을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공포는 알하일라만의 것이 아니다. 이날 WP 등은 생존자와의 전화 통화 등을 토대로 전날 탈 알술탄 난민촌이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포탄 파편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밀집된 텐트촌에 불이 붙어 일대가 잿더미가 됐다. 국제사회는 결국 참사를 일으킨 이스라엘을 규탄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실수"였다며 전쟁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피란민들, 안전지대 대피했다고 생각"
생존자들은 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난민촌이 비닐 텐트로 이뤄진 탓에 불이 빠르게 번졌지만, 이를 진화할 물은 턱없이 부족했다. 피란민 아흐메드 알라흘(30)은 "사람들 몸에 불이 붙어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것을 두 눈으로 봤지만 구할 수 없었다"면서 "주위에 처참하게 훼손된 시체가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 역시 피해를 키웠다. 현지 의사들은 수백 명의 환자가 삽시간에 몰려들면서 임시 병원 병상이 금세 포화상태가 됐다고 한탄했다. 의료용품과 의약품은 고갈됐고, 라파 시내에 있는 병원은 이미 대피령 탓에 비워졌다. 국제의료봉사단 소속 의사인 아흐메드 알모칼랄라티는 WP에 "6세 소녀를 수술했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안전지대'에 있다고 생각했던 피란민들은 이번 공습을 예상 못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일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대피 구역을 발표했는데, 통신이 제한된 탓에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WP는 "탈 알술탄 난민촌은 이스라엘이 지정한 안전구역 경계선 바깥에 붙어 있다"며 "입소문에 의존한 피란민들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었다"고 짚었다.
안보리, 긴급 비공식 회의 예정
국제사회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알제리의 요청으로 28일 긴급 비공식 회의를 열고 이 사안을 다루기로 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이 사안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 평가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이 라파 인구 밀집지역에 진입할 경우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사안이 '선'을 넘은 것인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라파 침공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만 언급하고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8일 로이터는 현지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중심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라파 주요 건물인 '알아우다'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목격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작전 상황을 묻는 로이터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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