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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종이를 심고 잘 가꿨더니...! 책에 관한 어떤 상상

입력
2024.05.31 1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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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가 클라우디오 고베티
그림책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

그림책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에서 할아버지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땅에 심고 정성스레 가꾼다. 보랏빛소어린이 제공

그림책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에서 할아버지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땅에 심고 정성스레 가꾼다. 보랏빛소어린이 제공

글이 적힌 종이를 양지바른 땅에 심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림책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는 ‘글 씨앗’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세상’의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땅에 산다는 할아버지는 타자기로 글을 쓴다. 희한한 모자를 썼으며 셀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많아 천 살인지도 모른다는 할아버지. 그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햇살이 잘 드는 땅에 묻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며 돌봤더니 작은 싹이 텄고, 싹 옆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꿨더니 아름드리나무가 됐다.

이 나무의 잎은 글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다. 종이 잎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고, 한 장 한 장이 나비, 코끼리, 말로 변신하는 생생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때가 되자 할아버지는 종이 잎을 따서 실로 꿰매고 표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들은 사뿐 날아올라 사막과 바다를 건너 오래된 도서관의 책장에 꽂힌다. 책을 발견한 아이는 읽고 또 읽으며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할아버지가 만든 책은 사뿐 날아올라 긴 여행을 시작한다. 보랏빛소어린이 제공

할아버지가 만든 책은 사뿐 날아올라 긴 여행을 시작한다. 보랏빛소어린이 제공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서 책을 사기 전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판타지다. 상상 속 이야기이지만 글 짓는 이들의 오롯한 정성과 책에 완전히 녹아들며 자신의 세계를 한 뼘씩 넓혀가는 독자들의 성장은 현실과 닮았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환상의 공간과 익숙한 사물들이 섞여있는 그림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날아왔다. 저자 클라우디오 고베티가 그동안 만든 책들은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등으로 날아가 세계 곳곳의 도서관에 꽂혀 있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의 세계에 푹 빠진 채 잠든 아이. 보랏빛소어린이 제공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의 세계에 푹 빠진 채 잠든 아이. 보랏빛소어린이 제공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클라우디오 고베티 글·디야나 니콜로바 그림·김영옥 번역·보랏빛소어린이 발행·48쪽·1만6,000원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클라우디오 고베티 글·디야나 니콜로바 그림·김영옥 번역·보랏빛소어린이 발행·48쪽·1만6,000원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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