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무겁고 양 많은 통수박 부담
롯데마트, 조각 수박 10개 품목 출시
현대백 과일 손질 코너, 수박 손님 80%
# 여섯 살 아들을 키우는 송모씨는 초봄 무렵부터 아이가 먹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수박 한 통을 지난 주말 샀다. 올해 첫 수박을 반으로 가르던 중 아뿔싸, 일 년 전 이맘때가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구매한 수박은 네 통으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박은 사과, 귤 등 다른 과일처럼 깎거나 깐다기보다 해체하는 느낌이라 자를 때마다 수고를 했다. 한꺼번에 쪼갠 수박 한 통 껍질을 주로 사용하는 3리터(L)짜리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으면 목까지 차 겨우 묶기 일쑤였다. 그는 "수박은 자르고 뒤처리하기 번거로워 다음에도 통째로 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 남모씨는 얼마 전 친구와 만나기로 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지하 1층 식품관으로 향했다. 먼저 들른 곳은 유명 맛집 중 하나가 아닌 장을 보는 신선식품 코너였다. 제법 무거운 수박 한 통을 사 곧바로 과일·채소 손질 서비스 코너에 맡겼다. 대기 시간 세 시간 동안 친구와 쇼핑을 즐긴 그는 저녁 무렵 한결 가벼워진 수박을 들고 백화점을 나섰다.
여름 과일의 대명사, 달고 시원한 수박이 '열리고 있다'. 수박이 제철을 맞아 충남 부여군, 전북 고창군 등 주산지 곳곳에서 잘 열린 게 다가 아니다. 여기에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마다 수박을 '열어' 껍질 속 빨간 속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은 걸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두껍고 무거운 껍질 제거는 기본, 가르고 나눠야 더 잘 팔리는 '조각 수박'의 세상이다.
가볍고 뒤처리 편해, 조각 수박이 뜬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수박 재배 면적은 1만1,700헥타르(㏊), 연간 예상 생산량은 48만 톤(t)이다. 수박 시장은 다른 여름 과일인 참외 재배 면적 4,700헥타르, 연간 생산량 20만 톤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돈다.
수박이 여름철 최고 인기 과일 자리를 놓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이를 즐기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온 가족이 커다란 쟁반 위에 올려놓은 수박을 대충 썰어 베어 무는 모습은 드물어지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과육이나 한 통을 네 등분 한 조각 수박을 먹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됐다. 물론 껍질을 벗겨 알맹이만 판매하는 상품은 다른 과일도 있다. 사과 등 여러 종류의 과일을 담은 '컵 과일'이 대표적이다. 다만 껍질을 제거해 파는 수박에 대한 소비자 호응은 다른 과일을 압도한다.
조각 수박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론 1인 가구 증가가 꼽힌다. 가장 주된 가구 형태인 1인 가구 입장에서 조각 수박은 반 통도 버거운 수박을 즐길 수 있는 대안이다. 중량, 쓰레기 발생도 조각 수박을 찾는 이유다. 중간 크기가 7, 8㎏인 수박은 껍질이 전체 무게의 절반을 차지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서 집까지 가져가기 무거운 데다 쓰레기 처리도 만만치 않다 보니 조각 수박 수요가 커졌다.
쿠팡선 통수박, 마트·백화점선 조각 수박
이런 경향에 발맞춰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각종 조각 수박 상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조각 수박 품목을 수를 전년보다 두 배 늘려 10개 판매한다. 수박을 4분의 1통, 8분의 1통으로 더욱 쪼개고 과육만 담은 상품도 다채로워졌다. 편의점 CU 역시 핵심 고객인 1, 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조각 수박이 잘 팔린다. CU에선 조각 수박 매출 비중이 80% 통수박(20%)을 크게 앞지른다.
현대백화점은 수박을 잘라주는 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현대서울, 압구정본점 등 5개 점포에서 운영하는 '더 프레시 테이블'을 통해서다. 이곳은 고객이 구매한 과일, 채소 손질을 의뢰하면 깍둑썰기, 다지기, 송송썰기, 어슷썰기, 채썰기 등 맞춤형으로 작업해 주는 공간이다. 특히 수박을 맡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주말 기준 한여름 성수기 땐 약 300명까지 이곳을 찾는데 80%가 수박 손님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수박 MD(상품기획자)는 "고객들이 통수박은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대형마트, 백화점에선 과육만 들어 있거나 4분의 1 크기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고객 수요가 커지고 있어 조각 수박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