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헌터 바이든, 불법 총기 소지로 재판받아
"나는 대통령이면서 아버지" 애정 표한 바이든
유명세에 아들 피해 입을세라 죄책감 느끼기도
CNN은 "사법조작은 안 된 듯" 트럼프 비꼬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유죄 평결에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가 내놓은 논평이다. 이 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되돌아왔다.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54)이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구매한 일로 법정에 서면서다. 미국 현직 대통령 자녀가 재판을 받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 재판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다만 정치적 타격보단 '심적 고통'이 주된 문제다. 정치적 차원에선 오히려 현 법무부의 공정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정에 선 '젊은 바이든'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데릭 하인즈 검사는 미국 델라웨어주(州) 윌밍턴 법정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때 피고인석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가, 방청석에는 딸 애슐리와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있었다.
앞서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지난해 헌터를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마약 중독 사실을 고백한 바 있는 헌터가 2018년 10월 총을 구입하며 서류에 마약 투약 사실을 부인해서다.
헌터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그는 당시 마약을 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헌터가 그 시기에도 마약을 샀다고 맞섰다. 검찰 측은 헌터의 마약 문제를 입증하기 위해 전처 케이틀린, 사망한 형의 아내이자 전 연인인 할리 등을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한창인 사이, 젊은 바이든(younger Biden·헌터)이 재판을 받고 있다"며 "그는 정치인이 아니며 혐의도 아버지와 관련 없지만, 그럼에도 인상적인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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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나는 대통령이자 아버지"
미국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기소된 건 처음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리스크'는 의외로 정치보다는 심적 고통의 문제라고 외신은 지적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자신 때문에 가족이 주목받는 데 대한 죄책감을 측근에게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1972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딸을 떠나보내고, 2015년 장남 보를 뇌종양으로 잃은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에 대한 감정이 유달리 애틋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임기 초 헌터의 부담을 걱정해 재선 포기까지도 고려했고, 지난달 측근에 따르면 "매일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헌터를 걱정"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도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재판이 시작된 3일 성명을 통해 "나는 대통령이지만 또한 아버지"라며 "아들을 사랑하며 그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도 헌터와 함께 보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히려 '공정한 법무부' 보여줬다"
이번 재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줄 정치적 타격은 미미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본인이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하면, 아들의 재판은 가십 정도라는 것이다. 공화당 전략가 수전 델 퍼시오는 "재판은 아마 바이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도리어 그의 행정부(법무부)가 기소에 얼마나 공정했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오히려 위험한 부분은 감정적으로 지친 대통령이 말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실제로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음모론'을 무색게 하는 반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은 "결국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그다지 조작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뒤, 바이든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조작된 재판"이라며 음모론을 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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