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만 맡았던 현대차, 이젠 생산·판매도
"조직 효율성 제고, 운영비 절감"… '속도 조절'
현대차그룹이 그룹 내 흩어져 있던 수소차 관련 사업 부문을 한데 뭉쳤다. 국내 수소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대차는 2월 현대모비스와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 양수도 계약을 한 데 이어 3개월에 걸쳐 현대모비스로부터 관련 사업을 넘겨받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둘로 나뉜 그룹 내 수소차 사업을 통합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앞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R&D)만 맡고 생산은 자동차 부품제조사인 현대모비스가 맡았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 따라 현대차가 R&D부터 생산·판매까지 담당한다.
현대차는 R&D 본부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에 '수소연료전지 공정품질실'을 신설, 현대모비스의 사업 관련 설비·자산, 연구개발 인력을 흡수했다. 단일 관리체제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 후속 모델도 내년 안에 출시하고 트램(노면전차), 선박, 첨단항공교통(AAM) 등 비(非)차량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 개편으로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인프라 운영비를 줄여 기술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수소사회' 진입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그룹 내 수소차 사업 분업은 아직 시기상조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수소차 내수 판매는 연간 1,000대 안팎에 그치고 있다. "계열사가 사업을 나눠서 할 만한 사업 규모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차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개발에 따른 그룹 내 비용 부담을 조정하는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수소차 판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는 넥쏘의 사용 연한이 20만㎞ 안팎에 그치는 등 내구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차기 모델 출시가 늦어졌다"며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도는 현대차가 포기할 수 없는 수소차 개발 관련 비용 부담을 현대모비스로부터 덜어내려는 게 이번 개편의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는 연구개발·생산 효율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R&D와 생산이 나뉘어 수소연료전지 사업 추진에 힘을 받기 어려우니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수소차를 R&D해 현대모비스가 생산한 뒤 다시 현대차로 가져와 완성차를 조립한 뒤 판매하던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 사업 사명감, 기반 확대할 것"
현대차는 그동안 거침 없는 수소차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여왔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수소 R&D 전담 조직을 신설, 2000년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처음 선보였다. 2004년에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스택 독자 개발에 성공했으며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를, 2018년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내놨다. 버스 부문에서는 2017년 도심형 수소전기버스를 처음 선보였고 2020년 세계 최초 수소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수소 사업에 임하고 있다"며 "수소 생태계 리더십 확보를 위한 그룹사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 개발, 상용차 확대를 추진해 수소 사업 기반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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