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대비 국산 전기버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 짧아
NCM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 더 많이 사용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환경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면서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를 짚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다르더라도 전기버스의 성능 면에서는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LFP 배터리가 뛰어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운수 사업자들은 정부가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운수 사업자들은 전기버스를 운영해 보면 중국산 전기버스가 오랜 시간 기술 개발을 한 만큼 주행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어 국산 전기버스와 비교해 가성비 등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NCM 배터리를 쓰는 현대차 일렉시티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420㎞이지만 반면 LFP 배터리를 담은 중국 비야디(BYD) eBus12는 한 번 충전에 502.9㎞를 달릴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한 시내버스 회사의 7월 한 달 동안 전기버스 운영 기록을 입수해 국산과 중국산 버스를 비교했더니 운영 비용에서 차이가 상당히 벌어졌다. 한 달 동안 같은 노선을 운행한 현대차와 BYD의 전기버스 충전 횟수를 비교해 봤더니 각각 월 267회와 227회로 40회 차이가 났다. 현대차 전기버스는 같은 거리를 달려도 더 자주 충전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를 금액으로 바꾸면 두 버스는 약 15만 원 충전 비용 차이가 생겼다. 이를 버스 30여 대 보유한 회사에 적용하면 연간 수천만 원 충전 비용 차이가 난다. 운수 사업자들은 국산 자동차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생각해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 버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버스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저녁 시간에 충전을 해두고 하루 종일 추가 충전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며 "반면 국산 버스는 주행 거리가 짧아 낮에도 수시로 충전기를 꽂아야 해 운전기사들도 운행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환경 가치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NCM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재활용 가치가 높은 광물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은 맞지만 NCM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해 분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NCM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환경 친화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업계 배터리 전문가는 "전기차에 사용한 LFP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더 오래 쓰는 것이 환경 친화적이라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LFP 배터리가 들어있는 전기차를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다시 회수해 재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운수 사업자들은 승객 안전을 위해서도 LFP 배터리를 선택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많은 시민이 타는 대중교통인 만큼 한 번 불이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NCM 배터리가 상대적으로 열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수 사업자들은 LFP 배터리를 쓴 전기버스를 더 사고 싶어 하지만 국산 배터리 제조사는 LFP 배터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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