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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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일본의 집권 여당 자민당이 마련한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이 연립 여당 공명당과 우파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찬성을 얻어 중의원을 통과했다. 일본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이므로, 이제 논의 주체는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으로 넘겨진 셈이다. 참의원은 7일부터 심의를 시작하였고, 자민당은 23일까지인 회기 기한 내에 심의를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
일본의 정치자금규정법은 1948년 제정되어, 1975년, 1994년, 2005년에 개정된 바 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말 불거진 이른바 '파티권' 문제로 촉발된 자민당의 파벌 정치와 금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대한 조치다. 공명당과 일본유신회의 요구 사항도 반영되었다.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파티에 기부하는 금액의 공개 기준을 기존 20만 엔(円)에서 5만 엔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 정당의 기밀 사항으로 여겨져 왔던 당이 의원에게 지급하는 정책활동비 지출에 대해서도 10년 뒤 영수증을 공개키로 한 내용, 회계책임자의 수지보고서에 대한 확인서 작성을 의원에게 의무화하는 이른바 '연좌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은 투명성을 제고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며 반대 입장이다. '정경 유착 자체가 문제인데, 파티권 금액을 하향 조정해 봤자'라는 볼멘소리나 10년 뒤에 영수증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성긴 소쿠리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참의원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불만은 자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각자 파벌의 수장인 아소 다로 전 총리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도 크게 반대하였다. 자민당의 내부 비판은 개정안대로라면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 때문이다. 파티권은 통상 1장에 2만 엔인데, 후원을 하던 기업 입장에선 파티권 구매의 공개 기준이 4분의 1로 낮아졌으니 10장 사던 것을 2장으로 낮출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거를 위한 재원 조달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투명성과 금권 정치 철폐를 요구하는 일본 국민 여론과는 사뭇 대비된다. 그렇다 보니 세간의 반응도 차갑다. J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정안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70%를 훌쩍 넘겼다.
한편 소용돌이의 국면에서 기시다 총리의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9월에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의 대항마를 내세울 킹메이커라는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스가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에게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공명당과 일본유신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겉으로는 조언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 총리를 고립시키고 아소 전 총리나 모테기 간사장을 기시다 총리와 끊어내는 이간계를 펼쳤다는 해석들이 나온다. 스가 전 총리는 오랫동안 무파벌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파벌인 스가 전 총리가 당내 여러 파벌의 목소리를 규합할 수 있을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올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태풍이 일본 정가에 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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