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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색’은 상상 이상으로 온도를 좌우한다. 아주 아날로그적이지만, 페인트색만 신경 써도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 흰색 칠을 한 옥상·지붕은 건물 표면 온도를 20도 정도, 실내 온도는 4,5도가량 낮춘다고 한다. 옥상을 산뜻하게 흰색으로 칠하면 가장 좋은 ‘여름 나기’가 되겠다.
□ 한국의 옥상들은 대부분 녹색이다. 햇빛, 바람, 빗물로 인한 균열과 누수를 막기 위해 방수페인트를 칠하는데, 이 우레탄 방수제의 주성분이 물과 알코올에 녹지 않는 산화크로뮴이며 짙은 녹색을 띤다. 다른 색을 섞어도 되지만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녹색 옥상’이 일반화됐다. 국내 페인트업계에 따르면, 녹색 방수페인트는 햇빛의 15~20%를 반사하는데, 흰색 차열 방수페인트는 80% 이상의 열을 반사해서 실내 온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경북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여름철(7월 말) 정오 때 흰색 지붕의 온도는 48.3도였고 검은색은 무려 70.7도였다. 녹색은 63.3도, 청색은 66.1도를 기록했다.
□ 지붕을 흰색으로 칠하는 운동을 ‘화이트루프’ 혹은 ‘쿨루프’ 캠페인이라 한다. 2010년 미국 뉴욕시에서 시작됐다. 오래된 건물에서 거주하던 저소득층 노인들이 폭염으로 사망한 비극을 겪고 나서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가장 효과적이고 저렴한 온실가스 저감 전략”이라 평했다. 국내에선 서울시, 부산시, 광명시 등의 지자체가 지원했거나 지원하고 있다. 부산의 자원봉사자들은 올해에도 부산 지역 건물 옥상을 흰색 페이트로 칠하고 있다.
□ 그렇다면 ‘흰색 옥상’이 겨울철 건물을 너무 춥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렇진 않다. 겨울철엔 일조시간이 짧고 태양의 고도가 낮기 때문에 ‘흰색 옥상’으로 인한 열손실은 미미하다고 한다. 경북대 같은 연구진에 따르면, 겨울철 흰색 지붕의 표면온도는 일반 지붕(청색, 녹색, 검은색)에 비해 3~9도 낮았다. 표면 온도 차이가 이 정도이니, 실내온도 차이를 적용하면 영향은 아주 적다. 옥상을 흰색으로 칠할 때 겨울철 추위 걱정은 접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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