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31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였다. 이 안에는 '38년 기준 무탄소 발전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대형 원전(APR1400) 3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이 담겨 있다.
이 안이 제대로 실행되기까지 정부와 관련 업계는 환경단체와 신규 원전 부지 주민들의 반대와 함께 남은 숙제도 풀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한 예일 것이고 노후 원전 해체와 신규 원전 건설의 연계도 그중 하나다. 후자가 잘 준비된다면 주민 설득은 물론 밀린 과제들도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략은 신규 원전 도입에 맞춰 노후 원전을 해체하면서 그 부지에 신규 원전을 짓는 것이다. 주민 설득이 쉬워져 부지 확보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 원전을 안전성이 뛰어난 신규 원전으로 대체할 수 있다. 부지 내 적절한 곳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도 건설할 수 있다. 신규 원전의 큰 발전 용량(1400㎿e)은 적은 용량의 노후 원전(고리 1호기 587㎿e, 고리 2호기 650㎿e) 2기 이상을 대체할 수 있어 원전 밀집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러한 'n2n'(nuclear to nuclear·원전에서 원전으로) 전략은 해외에서도 검토되고 있다.
고리 1, 2호기와 같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전의 2세대 원전의 내진 강도는 6.5이나 APR1400과 같은 3.5세대 원전은 7.0이다. 원전 안전성의 척도인 중대사고 발생 빈도도 2세대 원전 대비 10분의 1 이하다. 원전 운영 방식도 2세대는 1960~1970년대 설계된 아날로그 방식의 자동차라면, 3.5세대는 최신 제어기술로 만들어진 디지털 전자식 세단이라 할 수 있다.
목표 발전 용량을 유지하면서 해체와 신규 건설의 시차를 맞추려면 여러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서 전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지금이야말로, 장기에너지 수급전략이란 큰 틀에서, 조화로운 노후 원전 퇴역과 신규 원전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믿는다.
최근 경주시와 경상북도는 지자체 차원에서 원자력 연구 개발 참여에 매우 적극적이다. 경주시는 SMR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이다. 경주시에 실증용 SMR을 건설할 수 있다면 구호로만 그칠 수 있는 SMR의 장밋빛 미래를 우리 주도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상북도와 함께 월성 1호기 해체 부지에 건설하는 것도 또 다른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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