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간다 20주년 기념 연극 '꽃, 별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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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연극 '그때도 오늘' '템플'과 뮤지컬 '어린왕자'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어느덧 중견 단체가 된 극단 간다의 작품이다. 장르나 양식이 다양해 한 단체의 작품이라고는 잘 생각되지 않는다. 극단 간다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으로 여러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공연계에서는 흔히 '간다'로 줄여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다. 극단명의 내력은 창단 당시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 겸 연출가 민준호와 단원들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100만 원을 지원 받아 만든 첫 작품이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였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에 평강공주의 시녀로 김지현이, 야생소년으로 진선규가 출연했다.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을 극으로 만들었다. 배우들이 인물뿐 아니라 나무, 새, 호수 등 공간을 창조하는 역할까지 맡아 연극적 재미를 더했다. 쉽고 재밌으면서 특별한 무대장치가 필요치 않아 지역 연극제, 학교 등의 공연 요청이 잇따랐다.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오는 게 아니라 공연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의미에서 단체 이름을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라고 붙였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연극을 만들자는 취지로 출발한 '간다'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공연 필요한 곳이라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극단 간다는 다양한 연극적 스타일을 시도했다.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현대적으로 각색한 전래동화를 배우들의 몸과 연극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극단 대표 연출가이자 작가인 민준호가 자신의 경험을 녹인 연극 '할아버지와 나'는 수레 하나로 질곡의 역사 속에서 순정을 잃지 않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서로 관련된 인물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끌어 가는 옴니버스극이다. 진솔하고 유쾌하게 노래방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간다가 초연한 민준호 연출, 김지현 주연의 '그 자식 사랑했네'는 칠판 하나로 솔직한 연애담을 짜릿하게 표현했다.
간다의 초기작이 빈 무대에서 최소한의 오브제로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했다면, 후기작은 마임, 무용 등 배우들의 신체적 표현에 집중했다. 그 대표작이 '템플'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실화가 바탕이다. 템플의 심리와 감정을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신체 연극의 성격을 띠었다.
20주년 기념 신작 '꽃, 별이 지나'...따뜻하고 다채롭다
지난 20년간 간다 작품의 일부였던 배우들이 TV와 영화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진선규, 김지현, 이희준, 오의식, 정연, 양경원 등이 대표적인 간다 출신 배우들이다. 이들이 간다 20주년 행사에 함께한다. '템플' '그때도 오늘'에 이어 신작 '꽃, 별이 지나'를 세 번째 작품으로 공연 중이다. 간다의 대표작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도 계획돼 있다.
'꽃, 별이 지나'는 간다의 다양한 시도를 종합한 작품이다. 부모와 사랑하던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지원과 그를 짝사랑하는 희민의 이야기, 치매 할머니를 돌보는 정후의 이야기, 그리고 희민의 친구이자 정후의 동생으로 이들의 아픔을 나누지 못해 부채감을 느끼는 미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짝사랑 상대를 앞에 두고 머뭇거리고 실수를 연발하는 희민과 지원의 이야기는 '그 자식 사랑했네'처럼 연애 감정을 일깨운다. 치매 할머니를 돌보는 정후의 이야기는 '나와 할아버지'류의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지원의 심리를 앙상블의 마임과 춤으로 표현한 점은 신체극 '템플'을 떠올리게 한다. 20주년 기념 신작답게 유쾌하고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간다의 작품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연극 스타일을 종합했다.
이야기를 전하는 미호 역에 김지현·정연, 정후 역에 진선규, 희민 역에 이희준 등 초창기 멤버들이 출연해 의미를 더한다. 김설진, 김대현, 조혜원, 최지현, 최미령, 이다아야, 임세미, 고보결 등 간다와 인연이 깊은 배우들도 출연한다. '꽃, 별이 지나'는 8월 18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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