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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수성가형 아냐"… 최태원의 '부친 높이기' 재산분할 깎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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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수성가형 아냐"… 최태원의 '부친 높이기' 재산분할 깎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6.19 04:30
수정
2024.06.19 14:4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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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이 대법원에서 취할 전략은?]
①노소영 기여 줄여 35%를 더 낮추거나
②SK주식 자체를 분할 대상에서 빼거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회장 개인의 이혼 송사에 그룹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한 SK 측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최태원 회장이 회사 성장에 미친 영향을 법원이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부친(최종현 선대회장) 생존 당시 재계 서열 5위(1997년 선경)였던 그룹을 서열 2위까지 키운 대기업 총수가 자기 성과를 축소히며 사실상 '셀프 디스'를 한 것이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이 아버지 성과를 높이고 자신을 낮춘 것은 결국 자기가 불린 재산 액수를 최대한 축소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기여분 또는 기여 비율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나온 SK그룹의 입장문에서 법조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1998년을 기준으로 비교한 SK 주식 가치 변동이다. 재판부가 판단한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전후 상승폭 변화'(125배→160배) 대비 최 회장의 경영 기여도가 과도하게 높게 인정됐다는 주장을 펼쳐,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 비율(35%)을 줄이려는 게 SK 측 의도라 추정하는 것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혼 전문인 김신혜 법무법인 한경 변호사는 "재산분할의 변수는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을 어떻게 볼 것이냐'와 '각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따질 것이냐'"라면서 "배우자 한쪽 명의로 된 재산이라도 혼인생활 중 유지에 기여한 상대방 지분을 인정하는 게 판례라, 노 관장의 내조하에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끈 1998년(최종현 사망) 이후 실적을 일부러 평가절하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2심에서 뒤집힌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및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분할대상 아님) 여부를 다시 쟁점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1심이 최 회장의 SK㈜ 주식 1,297만여 주를 '결혼 전 증여' 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적이 있는 만큼, 최 회장 입장에선 대법원에서 재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SK㈜ 주식이 최 회장 재산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것이 재산분할 액수를 가장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날 SK그룹 역시 증여세 납부 사실을 근거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항소심에서 대패한 최 회장 입장에선 이렇게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전략'이 될 수 있다. 결론을 바꿀 수 없다면 판결 확정 시점이라도 최대한 뒤로 미뤄야 소송비용에 대한 지연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1조3,808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일 이자만 2억 원에 육박한다. 이혼 전문인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어떻게든 상고 이유를 만들어서 2, 3년이라도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런 SK의 계산이 대법원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혼 사건을 여럿 맡은 경험이 있는 이인철 법무법인 리 변호사는 "SK그룹 재산 형성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이후 주식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재산분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파기환송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점쳤다.

특유재산의 인정 여부와 입증 책임의 소재를 따질 필요가 있고, 또 판결문 정정이라는 이례적 사건이 있었던 만큼, 대법원이 판단의 영역을 확장해 사건 자체를 깊이 살펴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수도권 고법의 부장판사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기업 운영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대법원도 기왕 가사소송의 법리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려 원심의 채증법칙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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