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대한 논쟁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다시금 불붙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난치성 뇌전증 등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희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만 한정해 의료용 대마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마저도 '대체 치료제가 없다'는 전문의로부터의 소견서가 있어야 한다. 소견서가 나오면 그를 근거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를 충족한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용 대마 사용을 신청하더라도 수령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데다 사실상 극소수의 질환에만 사용이 가능해 의료용 대마를 직접 사용하기까진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례가 충분치 않아 의료진이 처방을 꺼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일부 집단의 논리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의료용 대마 처방 및 사용 기준이 과하게 엄격해 꼭 필요한 이들조차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 단체 등은 해외 다수 국가에서 대마를 의료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근거를 내세워, 이에 대한 규제 개선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지난해 12월 갖은 논의 끝에 오랜 기간 금지됐던 '대마 성분 의약품' 이용이 합법화되기도 했다. 일본 환자 단체들은 난치성 뇌전증 치료약 등으로 이미 서구에서 승인된 '칸나비디올'(CBD) 성분 의약품을 일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왔는데, 논쟁 끝에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이를 가결한 것이다.
다만 일본은 의료용 대마 사용의 무분별한 합법화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해 여러 안전장치를 두었다. 환각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CBD에 대해서만 의약품 활용이 인정됐고, 환각 작용을 유발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은 제외했다. 또한 촘촘한 관련법 개정을 통해 혹여나 있을 오용 가능성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규제 혁파를 논의하기에 앞서 의료용 대마 사용을 합법화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의료진의 마약류 셀프 처방 등 사건으로 사회의 '마약 감시체계'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았지 않은가.
환자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는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예고된 부작용을 방치한 가운데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환자를 위해서도, 또 마약 확산의 위험 앞에 놓인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논의에서만큼은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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