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20일이 넘도록 원 구성 협상 불발로 정부·여당이 빠진 채 반쪽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11개 상임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있으나 장·차관들의 불참으로 현안 부처 및 기관의 업무보고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유례없는 집권여당의 국회 보이콧을 의식하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이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 현실을 감안하면, 현안 해결과 정부 입법 과정에서 거대 야당 설득을 위해서도 업무보고에 성실히 참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유희동 기상청장을 불러 업무보고 및 전북 부안 지진 발생 관련 현안보고를 들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불참으로 28일로 일정을 미뤘다. 보건복지위는 19일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를 예정했으나 복지부 장·차관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같은 날 행정안전위의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도 담당 공무원 불참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장·차관들의 업무보고 불참이 잇따르자 민주당에선 "장관이 국민의힘 당직자라도 되느냐"는 성토까지 나왔다.
장·차관들은 국정의 한 축인 국민의힘이 개최하는 특위에는 참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한 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임위 업무보고 불참을 당연시하는 것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행태와 다름없다. 그런 논리라면 여야가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해 야당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까지 차지할 경우에도 상임위를 불참할 것인가.
특히 의정 충돌 장기화, 부안 지진,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안전사고 대비 등은 정쟁 사안이 아니다.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긴장고조 등 초당적 사안을 다루는 외교통일위와 국방위, 정보위 등은 현안보고는커녕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국회 파행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해 주진 못할망정 원 구성 협상을 핑계로 정부가 본연의 업무를 방치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국회 보이콧만큼이나 무책임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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