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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종섭 통화→용산이 들썩→결정적 사건... 수상한 '패턴'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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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종섭 통화→용산이 들썩→결정적 사건... 수상한 '패턴'은 반복됐다

입력
2024.06.2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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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결정적 열흘' 관련자 통화 분석]
잠잠하다 尹 전화 이후 용산·군 발빠른 대응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 관여 정황 짙어져

지난해 7월 20일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모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0일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모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

①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를 건다.

②곧이어 대통령실 참모들이 국방부·군 수뇌부와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③그들의 집중 통화 후 갑자기 '채 상병 사건'의 흐름이 바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서 드러난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당사자 간 통신기록을 보면, 이런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대통령→장관 및 대통령실→국방부와 군 수뇌부→유관기관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보면,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에 대통령실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당시 외압 의혹의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이들 간의 '연결 고리'가 서서히 드러남에 따라, 수사외압 의혹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2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의 통신기록(지난해 7월 28일~8월 9일)을 종합하면,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된 △사건 기록 경찰 이첩 보류 △사건 기록 회수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착수 전후로 일관된 패턴이 관찰된다. 윤 대통령의 통화 후 대통령실 참모들과 국방부 및 군 고위 간부들의 통화가 확 증가하는 현상이다.

가장 눈에 잘 보이는 날이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지시를 어기고 사건 조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 넘긴 날이다. 윤 대통령이 낮 12시 7분쯤 이 전 장관과 4분 정도 통화한 직후 관련자들의 휴대폰 통화 기록은 빈번해진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임기훈 전 비서관과 6회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13분 43초(낮 12시 43분부터), 임 전 비서관과 4분 51초(오후 1시 25분부터) 통화한 뒤 이시원·임기훈 전 비서관 두 사람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접촉한다. 그사이 박 대령은 보직해임됐고, 국방부 검찰단은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박 대령을 입건했다.

두 사람의 연락을 받은 직후 유 관리관은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해 경북경찰청 수사부장과 3분 넘게 통화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오후 7시 20분 사건기록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자 이들의 연락은 잠잠해졌다. 이들의 미션이 '경찰로 넘어간 사건을 도로 찾아오는 것'이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사건기록 회수에 관여했을 것이란 의심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3일도 심상치 않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후 2시쯤 박 대령을 압수수색했는데, 공교롭게도 압수수색 전후로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과 세 차례에 걸쳐 총 7분간 전화를 주고받았고, 이후 임 전 비서관과 통화했다. 유 관리관, 이 전 비서관,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저녁에도 연쇄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박 대령 항명 수사에 대통령실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두고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건을 재검토하기 전날인 8월 8일의 연락 상황도 비슷하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7시 55분 이 전 장관과 통화한 직후, 임 전 비서관은 나흘간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이 전 비서관 및 박 전 보좌관과 각각 통화했다. 박 전 보좌관은 같은 날 오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파견 군인과 10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번갈아 통화했다.

'VIP 격노설'의 당일인 지난해 7월 31일도 마찬가지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 내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로 통화한 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후 박 전 보좌관·이 전 장관 등과 통화했고, 유 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이첩 방법이 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은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격노'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이 전 장관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기초적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대로 대통령실, 국방부, 군 관계자를 소환할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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