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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내 소득불평등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되레 개선되고 있다는 통계가 잇달아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인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지난 19일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20년간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이동성’ 보고서는 소득 상위 10% 근로자의 평균 실질소득을 하위 10%의 평균 실질소득으로 나눈 값인 10분위수 배율을 산출했다. 그 결과 2002년 10.5배였던 게 2022년 7.6배로 배율이 27.4% 감소했다.
▦ 하위 10% 실질소득이 이 기간 701만 원에서 1,164만 원으로 65.9% 상승했지만, 상위 10% 소득은 7,376만 원에서 8,880만 원으로 20.4%만 오른 결과다. 장 교수는 “소득불평등도가 20년간 이렇게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국내 학계나 정책당국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은 다르지만, 한은이 이달 초 발표한 ‘가계분배계정’에서도 총본원소득(GNI) 중 1분위(하위 20% 가계) 점유율이 2020년 5.5%에서 2022년 6.8%로 높아진 걸로 나타났다.
▦ 반면 5분위(상위 20%) 점유율은 같은 기간 45.0%에서 43.8%로 낮아졌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저소득 가계가 기초연금 등 이전소득 증가로 전체 소득액이 증가한 반면, 고소득 가계는 경상세 납부 등 세액 증가로 소득액 총액이 줄어든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근로소득 10분위수 배율이 줄어든 것이든 저소득 가계소득의 GNI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든, 그 자체로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 가장 큰 문제는 5분위나 10분위로 비교하는 방식으론 소득이나 부의 편중 상황의 실질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일례로 크레디트스위스(CS)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부의 44%가 세계 인구 중 0.9%에 집중됐을 정도로 소득과 부가 상위 1%로 쏠려 ‘1대 99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이든 부든, 편중 상황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면, 1% 편중 상황부터 제대로 짚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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