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25전쟁 74주년인 어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에 대해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소련(현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키며 냉전 시기 군사동맹을 복원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74년 전만큼 엄중하다. 윤 대통령은 "평화는 말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힘과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상대의 대응에 맞대응하는 핑퐁식 대처를 반복하는 것으로 안보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가동 재개 보름 만인 그제 경기 북부 등에 5차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이번 주 시작하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명분 삼아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재검토 엄포 이후 오가는 한러 양국 간 강경 발언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핵무력 헌법화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한반도에 적대적 두 국가의 존재를 선언하며 "남조선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지시했다. 신냉전 구도 아래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와 핵무기 보유만을 믿고 한반도 안보를 반복 위협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나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도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자체 핵무장엔 선을 그으면서도 북러 밀착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진단에는 동의했다.
정부는 1991년 주한미군의 전술핵 철수 이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일각의 자체 핵무장론도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반론은 물론 미국의 반대를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반도 핵 배치를 주장하는 견해가 제기되면서 오는 11월 미 대선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서도 유비무환 자세가 절실한 때다. 국제정세 급변과 비핵화 원칙 사이에 정부가 보다 유연하고 큰 틀의 안보전략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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