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생존자' 등 이스라엘인 100여 명 소송
"테러 이용 알면서도 지원"… 자금 흐름도 제시
UNRWA "유엔 직원은 면책특권 누린다" 반박
이스라엘-UNRWA, '하마스 연루설' 이후 또 충돌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벌여 온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보호기구(UNRWA)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돈이 고스란히 하마스 테러에 쓰였다면서 이스라엘인들이 집단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올 초 '하마스 연루설'로 활동 중단 위기에 몰렸던 UNRWA가 다시 한번 이스라엘과 충돌하는 모양새다.
"수년간 1조 원 송금… 하마스 테러자금으로"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에서 생존한 이스라엘인과 희생자 가족 등 101명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UNRWA 및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 등 이 기구 소속 전·현직 간부 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UNRWA가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 학교·병원 등 인프라 건설, 직원 급여 지급 등 명목으로 하마스에 지난 수년간 매달 현금 수백만 달러씩을 송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돈은 하마스가 무기, 탄약 등을 사는 데 쓰였고 결과적으로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자금이 됐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용처는 몰랐더라도 지원금이 테러에 쓰일 것이라는 사실 자체는 UNRWA 측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구체적인 자금 흐름도 제시했다. UNRWA가 JP모건체이스를 통해 요르단 아랍뱅크의 뉴욕 지점 계좌로 돈을 이체하면, 아랍뱅크가 이를 팔레스타인이 통치하는 서안지구 라말라 지점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 돈은 다시 팔레스타인 은행으로 보내져 인출된 뒤 트럭에 실려 가자지구로 전달됐다고 한다.
NYT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하마스의 또 다른 피해자들이 유엔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원고가) 지더라도 회원국들에는 UNRWA에 대한 기부를 재고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UNRWA의 운영자금은 전적으로 회원국들의 기부금에 의존한다.
줄리엣 투마 UNRWA 대변인은 "(아직 이번 소송에 대해) 안내받은 바 없다"면서도 "UNRWA를 포함한 유엔은 면책 특권을 누린다"고 NYT에 밝혔다. 유엔은 사실상 외교관 신분인 고위직 직원들의 외교적 면책 특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조약을 미국과 맺고 있다. 다만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원하고 선동하기 위한 면책권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눈엣가시 UNRWA... 질긴 악연
이스라엘과 UNRWA 사이의 '악연'은 질기다. 애초에 UNRWA가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태생적 요인이 크다. 이스라엘에 UNRWA는 그야말로 눈엣가시인 셈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에는 UNRWA 직원들이 하마스의 10월 7일 기습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 미국 등 주요 지원국들이 기부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 뒤 4월 이스라엘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원은 재개됐다. 하지만 이후로도 이스라엘은 UNRWA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은 사실관계 규명과 별개로 팔레스타인의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선 UNRWA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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