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
의협 "사태 해결 불가... 전공의 안 돌아온다"
정부 "내후년 의대 정원은 열린 마음으로 협의"
환자단체 "환자 피해를 이용하거나 방관 말라"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서 촉발돼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의 수습책을 모색하려 국회 상임위가 정부 및 의사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지만 증원 근거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의정 간 공방만 반복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사태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서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내후년 의대 증원 규모를 협의할 의정 대화를 재차 제안했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선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한 근거를 두고 야당과 정부의 공방이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2,000명이라는 숫자를 내놓았다"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00명 증원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부인했다. 대통령실에 증원 규모를 보고한 시점에 대해서는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 전에 사회수석실을 통해 알렸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번 사태는 해결할 수가 없다"며 "복지부가 젊은 의사들을 범죄자, 노예 취급해 이들이 진료 현장에 돌아올 가능성이 제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측에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참고인 명단에 올랐지만 불참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촉구했다. 조 장관은 "지금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30여 명"이라며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은 7월 초에 결정할 예정으로, 최대한 복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내후년 이후 의대 입학생 규모는 의료계와 협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조 장관은 "교육부가 (2026학년도) 대입 시행 계획에서 2,000명 증원을 이미 발표했지만, 의료계가 단일한 안을 가지고 온다면 열린 마음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 증원 백지화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고 답했다.
환자들은 의정 양쪽에 분노를 터뜨렸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정부가 증원을 하는 것도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한 일이라는데, 그 와중에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의료계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수단으로 환자 피해와 불안을 이용하지 말고, 정부도 환자 피해를 수수방관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문회에선 임 회장의 막말 문제도 제기됐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 회장은 '조규홍 말을 믿느니 김일성 말을 믿겠다'고 하거나, (의사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창원지법 판사에게 '이 여자 제정신이냐' 등 막말을 일삼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임 회장은 "국민이 가진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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