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2월 사직 시 내년 3월 수련 재개 가능"
정부 "사직 효력 6월부터, 1년 내 복귀 불가"
계약 자동 종료도 검토, 전공의 복귀 미지수
정부가 6월 4일 자로 전공의 사직을 허용했지만 수련병원들이 사직서 수리 날짜를 2월 29일로 정하면서 이번엔 사직 시점을 놓고 의정 간 잡음이 일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전공의 사직서를 2월 29일 자로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병원마다 전공의와 계약 형태가 상이해 현장에 혼란이 빚어지자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단 이탈로 인한 불이익을 해소해 주는 것이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부는 병원들이 2월 말 사직으로 수리하더라도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이 철회된 6월 4일부터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정부 명령에 반해 소급 처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원과 전공의 간 법률 관계에 따라 사직 날짜를 당사자끼리 협의하도록 했지만, 이 또한 그간 발령된 행정명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퇴직금, 4대 보험료 정산 등에 효력이 국한된다는 것이다.
사직 시점을 두고 양측 의견이 충돌하는 건 전공의 수련 재개 문제 때문이다. 중도 이탈한 전공의는 규정상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로 복귀할 수 없는데, 병원들은 2월 29일 자로 사직서가 수리되면 전공의들이 1년 뒤인 내년 3월 수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반면 정부는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공법상 효력도 6월 4일 이후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 3월 복귀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정부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사직 전공의가 지원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응시 자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특례는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재응시 기회를 놓치면 내년 9월 또는 내후년 3월에나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설사 2월 사직 처리에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모든 병원이 지침을 따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마다 사정이 달라서 일괄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전공의들이 사직 처리가 되지 않은 기간을 문제 삼아 병원에 소송을 걸 가능성이 있어 해석이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2일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15일까지 사직 처리를 완료해 달라고 주문했다. 병원들은 사직 수리 절차를 밟으며 고심하고 있다. 사직의 진의를 확인하려 해도 당사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후의 수단으로 사직서 자동 수리도 검토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 당시 정식으로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민법상 계약 관계가 자동 종료된다는 점에는 법적 걸림돌이 없다.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걸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지만, 사직 처리를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사직 압박을 한들 전공의들이 돌아올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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