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 최소 1년 7개월 유지
"인하 고려" 3년 만 첫 언급하면서도
가계부채, 고환율 이유로 신중론 견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동결했다. 한은은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때가 됐다고 공표하면서도, 인하에 따르는 위험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1일 금통위는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했다. 다음 달 회의까지 기준금리가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월부터 1년 7개월간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셈이다. 역대 최장기 동결이다.
이날 금통위는 "위도 아래도 쏠림을 주지 않으면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 입장을 취했다.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는 2021년 8월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 "기준금리 인하 시기 검토"라는 완화적 문구가 들어갔다. 더불어 "연간 물가상승률이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창용 "가계부채 상승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발언 대부분을 섣부른 인하 기대를 잠재우는 데 할애했다. 그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금리인하)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높은 수준의 환율),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서 언제 방향을 전환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비유했다. "언제 인하를 시작할지 예단이 어렵다"는 뜻이다.
시장의 인하 기대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일축했다.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1%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통상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조절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회 이상 인하' 기대가 시장 금리에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상승하는 문제도 "(직전 회의인) 5월보다 좀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15주 연속 상승했고, 그 여파로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6조3,000억 원) 증가했다.
증권가 "10월 또는 11월 인하 기대"
이 총재가 공개한 금통위원의 향후 예상 기준금리 수준(포워드 가이던스)도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만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인하를 고려하는 위원이 직전 금통위보다 1명 더 늘었지만 이를 소수의견으로 강력히 피력하는 위원이 없었다는 점에서 긴축적으로 읽혔다.
증권가에서는 "8월 인하는 어렵고, 10월 또는 11월 인하를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시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얼마나 잡힐 수 있을지 여부가 10월 금리인하의 가늠자"라고 평가했다. 8월 인하를 고수하는 의견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 안정에 대해 약한 확신을 밝혔다며 "다음 달에는 미국 금리인하 분위기가 확대되고, 한은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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