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 인터뷰>
"농촌 살리려면 청년 들어와야"
"스마트팜 청년농 육성하려면
농지법 개정 등 제도 개선 필요"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기후위기와 국제정세 변화 등으로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식량생산 기지인 우리 농촌의 현실은 암울하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남아 있는 농업 종사자들은 고령이다. 농촌 현장에선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다.
첨단농업 선두 주자인 충남도가 위기의 농업·농촌을 구조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전면에 나섰다. 혁신의 핵심정책은 청년농부들이 이끄는 스마트팜 육성이다. 첨단 스마트팜에서 내일의 꿈을 키울 청년농 3,000명을 비롯한 정예 농업인 9,000명을 육성해 '경쟁력 있는 농업, 살맛 나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일보와 충남도가 공동주최 하는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이 '힘쎈 충남, 농업·농촌을 혁신하다'를 주제로 2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포럼 개최를 앞두고 16일 김태흠 충남지사를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지사는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고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지법 개정 등 제도 개선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_한국 농업·농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다. 충남만 놓고 보면 23만8,000명 중 55%가 65세 이상이다. 50세 이하는 4.3%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매년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 농업이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다. 농촌에 청년을 불러들이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농촌을 청년농으로 세대교체 해야 농업을 지키고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농업인'의 기준이 너무 낮은 농지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_농지법이 시대 흐름을 따르지 못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낡은 기준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1,000㎡(약 302평)를 경작하면 농업인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규모로는 한 해 100만 원을 벌기도 어렵지만, 많은 이들이 이 정도의 땅으로 농업인이 되려 한다. 생산성과 기술력을 갖춘 농업 선진국과 달리 이런 제도 때문에 우리 농촌은 소농화되고 있다."
_소농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농사로 돈을 못 벌어도 농업인으로 인정받으면 농업직불금과 농민수당, 소득보상금, 면세유, 비료는 물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까지 지원받는 시스템 때문이다. 3,300㎡ 미만 토지 소유주에게 연간 1조7,000억 원이 들어간다. 식량 생산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 이들에게 온갖 혜택을 제공하느라 국가 재정이 낭비되는 셈이다. 농업인 토지 기준을 3,30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농업이 산업이 돼야 지속가능성을 갖게 된다."
_기준을 올리면 반발이 심하지 않겠나.
"새판을 짜지 않고서는 농촌도, 식량주권도 지킬 수 없다. 현재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농업인 기준 상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경작지 기준을 3,300㎡ 이상으로 올리면 현재 농업인 중 약 3분의 1인 34%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으로 '농지이양 은퇴직불제' 등을 확대하면 저항을 줄이며 농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_농지 기준 바꾸면 청년들이 농촌으로 올까.
"청년들의 농촌 유입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농지확보 문제다. 농지법 개정은 물론이고, 고령 은퇴농 농지이양 지원, 후계농 육성자금과 농어촌진흥기금 융자 등 청년 농부가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도록 다양한 지원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농촌이 고령화된 현실을 감안해 청년농 기준을 현행 40세 미만에서 45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도 있다. 충남도는 이런 내용으로 후계농청년조례를 지난달 개정했다. 청년들을 농촌으로 유입할 실질적인 정책도 발굴하고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 4곳과 자립형 스마트팜 50곳 가운데 청년들이 자신의 여건에 맞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 등 청년농 육성 30개 사업에 1,6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_스마트팜을 통한 청년농 3,000명 육성을 공언했다.
"2026년까지 스마트팜 841만㎡ 조성을 도정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집단화·규모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 넓은 부지 확보가 관건인데 농어촌공사의 비축토지를 농업법인과 지자체도 임차· 매입할 수 있도록 농어촌공사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이 바뀌어야 한다. 지자체가 비축토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하고 저렴하게 임대하면 대단지 스마트팜과 3,000명의 청년농 육성이 가능하다."
_현재 우리 스마트팜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뛰어나 플랜트를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하드웨어는 좋다. 하지만 관련 법이 미비하다. 지금 다 논바닥에 콘크리트를 치고 스마트팜을 만들어서 농사를 짓는데 모두 불법이다. 농업 선진국들은 이미 스마트팜으로 생산성을 높였고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한다. 도내만 해도 농어촌공사 비축토지 3,300만㎡(여의도 면적의 약 4배)를 그냥 바라만 보는 실정이다. '식량은 곧 쌀'이란 인식 때문이다. 현행법상 벼농사용으로만 비축하게 돼 있다. 스마트팜에서 주로 생산하는 엽채류는 식량 아닌가. 식량주권과 안보 차원에서도 스마트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_열악한 농촌 정주 여건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도내 9개 시군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500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단독주택(전용면적 84㎡) 500호를 공급하는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종의 농업인을 위한 전원마을이다. 정주 여건이 좋아지면 더 많은 청년들이 찾아올 것이다."
_농촌에서 농사만 짓는 시대는 지났다.
"농촌에 청년이 들어와야 하는 이유다. 청년들은 농산물 가공과 체험, 교육, 홍보 등 부수적 수익 창출에 관심이 많다. 청년들의 농촌 유입으로 농지의 생산성과 활용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농업진흥지역을 다양한 형태의 휴게 공간이나 어린이 놀이터, 반려동물 동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농지법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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