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13명의 후보 중 5명을 탈락시키고 8명의 최종후보를 확정했다. 한 달여 뒤 경선을 치러 이들 중 5명이 최고위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같이 친명(친이재명)계 후보 일색이라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애초부터 기대치가 낮았다. 누가 더 ‘찐명’인지 다투는 ‘충성 경쟁’이 난무할 뿐이니, 170석 거대야당의 다양한 비전을 선보이긴커녕 공당의 이벤트라 볼 수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제 마음속 대통령은 이재명”(강선우),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변호인이 되겠다”(전현희), “이재명과 출마선언을 함께 준비했다”(김민석)는 식으로 그들만의 구애경쟁이었다.
2년 전 전당대회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치러졌지만 비명·친문계 최고위원 후보 1명이 당선된 바 있다. 공천과 총선을 통해 ‘이재명 1인 정당’으로 바뀐 이번엔 아예 다른 목소리가 전무한 당 지도부 탄생을 예고하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거수기 지도부’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윤석열 정권 실정을 견제하는 건강한 야당이기보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득실에 따라 의사결정이 일어날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주 당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며 정국현안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한 채 대선주자에 걸맞은 거대담론만 제시했다. 대신 당 지도부가 강성투쟁 '행동대'를 자임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론 과잉’에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표결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주로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했던 의정활동 보고조차 이 전 대표 팬카페에서 이뤄지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보다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눈도장을 찍는 게 중요하다면 제대로 된 대의정치라 할 수 없다. 특히 영향력이 막대한 이들 커뮤니티에서 비명계에 대한 비방행태까지 벌어진다면 당의 앞날이 긍정적일 리 없다. ‘찐명’ 강경파만 득세하고 소수파의 정치적 다양성과 소신이 자취를 감추는 한 스스로의 모순에 실패할 가능성을 민주당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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