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사직·복귀 무응답 일관
빅5 병원 사직서 일괄 수리 고심
전공의 9월 수련 재응시 불확실
"의료개혁 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한(15일)까지 복귀자와 사직자 모두 극소수에 그치자,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처분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은 “무응답 시 사직 의사로 간주하겠다”고 사전 공지했던 대로 일괄 사직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반면, 일부 병원은 전공의들을 좀 더 기다려 보겠다면서 절차를 보류했다. 수련병원들은 17일까지 하반기 수련의 추가 모집 인원을 확정해야 하지만, 전공의들이 얼마나 지원할지 불확실해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직 데드라인인 15일 낮 12시 기준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1만506명) 가운데 출근자는 1,046명(10%), 사직자는 86명(0.82%)으로 사흘 전과 비교해 각각 41명과 25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병원마다 마감 시간이 달라 정확한 수치는 집계 중이지만, 주요 대형병원에서도 복귀자와 사직자는 1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 대다수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빅5 병원 중 최소 4곳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전공의 사직 수리 절차에 착수했다. 2월 전공의들이 이탈 당시 정식으로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민법상 계약 관계를 종료해도 문제는 없다. A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대다수가 대답조차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황 변화가 없을 것 같다”며 “이제는 병원도 전공의 문제를 일단락 짓고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도 “전공의들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추후 복귀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면서도 “다른 빅5 병원과 의견을 교환하며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사직에 관한 합의서’를 발송하고 오후 6시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직 수리 날짜는 7월 15일로 하되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은 2월 29일로 정했다. 2월 사직을 주장하는 전공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대신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으면 사직서를 수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합의서에는 ‘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전공의도 근로계약 종료와 관련해 민형사, 행정, 사법상 청구 및 권리 주장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결근에 따른 급여 환수분, 지난해 건강보험료 정산분 등을 8월 31일까지 반환하라고도 안내했다.
사직서 수리를 미룬 병원도 적지 않다. 교수진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C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는 각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고심이 깊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이 9월에 수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했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사직서 수리를 망설이는 주요 이유다. 수도권 D수련병원 원장은 “9월에 들어올 전공의가 없으면 사직서를 수리하든 안 하든 전공의 부재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나마 사직서라도 쥐고 있어야 돌아오고 싶어 하는 전공의들에게 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형평성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공의 행정처분 면제, 수련 특례 적용, 전문의 취득 기회 보장 등 수차례 양보 조치를 한 만큼 이제는 원칙대로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줄곧 사직서 수리를 요구하더니 정작 사직 수리가 허용되자 사직을 거부하는 전공의들에게 발목이 잡혀서 개혁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환자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라도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등 의료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실현할 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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