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18부작 | 15세 이상
미국 할리우드 스타가 프로축구팀을 산다. 인수 조건이 맞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인수 대상 팀이 하위 리그에 속해 있고, 구단주가 된 스타가 축구 문외한이라면 눈길이 쏠릴 만하다. 팀은 스타 구단주를 발판 삼아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까. 구단주는 문제없이 약체 팀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까.
①라이언 레이놀즈와 5부 리그 팀
미국 TV스타 로브 매킬헤니는 어느 날 영국 축구에 눈이 간다. 미국 프로스포츠에는 없는 승강제도가 특이해서다. 1부 리그 하위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지고, 더 못하면 더 아래 리그로 추락하는 반면 최하위 리그 팀이 승승장구하면 최상위 리그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제도에 매킬헤니는 강한 매력을 느낀다.
2020년 9월 매킬헤니는 영화 ‘데드풀’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손잡고 웨일즈 축구팀 렉섬 A.F.C를 인수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스십리그(2부)에서 오래 활약하다 내셔널리그(5부 리그)까지 미끄러진 팀이다. 1864년 창단한 전통의 팀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축구경기장 레이스코스를 홈구장으로 쓴다. 매킬헤니와 레이놀즈는 사연 많고 역사가 긴 하위 팀 렉섬 A.F.C로 성공담을 쓰고 싶다.
②배우와 팀 넘어 도시 이야기
축구팀이 있는 소도시 렉섬 주민들은 술렁인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팀이 ‘데드풀 구단주’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서다. 매킬헤니와 레이놀즈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승격청부사’ 감독을 상위 리그에서 데려오고, 우수 선수들을 영입한다. 협찬금을 적극 끌어모으기도 한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 이름값이 작용한다. 렉섬은 이길 일만 남았다. 과연 그럴까.
매킬헤니와 레이놀즈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팀을 이끌어 간다. 다큐멘터리는 유명 스타와 축구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선수들의 일상, 축구팀 직원들, 열성 팬들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한다. 웨일스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렉섬 주민들의 삶이 드러나고, 하위 리그 선수들의 애환이 소개된다. 축구팀의 여정에 렉섬이라는 도시 이야기가 따라 붙는다.
③왜 축구는 그들을 미치게 하는가
렉섬 주민들은 축구에 미쳐있다. 훌리건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영국이라 해도 외국인이 보면 좀 의외다. 주민들이 10년 넘게 5부 리그를 벗어나지 못하는 팀에도 여전히 애정을 쏟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이유를 알게 된다. 주민들에게 렉섬 A.F.C는 렉섬과 동일어다. 렉섬 A.F.C의 부진은 렉섬의 쇠락과 관련 있다. 광산 폐쇄 등으로 렉섬 경기가 추락하면서 축구팀 역시 불명예의 시간을 맞았다. 렉섬 A.F.C의 상위 리그 승격은 도시의 부활을 의미한다. 매킬헤니와 레이놀즈는 축구팀과 도시가 한 몸임을 조금씩 깨닫는다. 팀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도시를 향한 사랑 역시 커간다.
뷰+포인트
시즌 2(15부작)까지 볼 수 있다. 24일 시즌3(8부작)이 국내 공개될 예정이다. 시즌1만 해도 18부작이니 시청에 겁낼 만도 하다. 30~40분짜리 에피소드가 적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에 팀을 위한 매킬헤니와 레이놀즈의 ‘재롱’, 팬들의 특별한 사연 등이 더해지며 흡입력을 높인다. 진지하면서도 웃기고 슬프면서도 환희를 안기는 다큐멘터리다.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매킬헤니와 레이놀즈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웨일스와 축구의 역사를 파악하게 된다. 축구를 펜 삼아 쓴 문화인류학 문헌이라 해도 무방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시청자 9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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