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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보험사라구?

입력
2024.07.18 16:30
수정
2024.07.19 10: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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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은 마크 루비오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 밀워키=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은 마크 루비오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 밀워키=UPI 연합뉴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기를 굳혔다고 확신해서인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어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만이 방어를 위해 우리(미국)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들(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라고도 했다. 이 발언에 미국 증시가 휘청거렸다. 엔비디아 주가가 6% 급락하는 등 IT 종목을 중심으로 시가총액 719조 원이 증발했다.

□ 트럼프는 주로 미국 내 토지를 획득한 후 건물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부동산 사업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국가를 기업과 동일시하고, IT산업 경쟁 구도를 국경을 기준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래서 전 세계에 걸쳐 얽혀 있는 IT산업 가치사슬의 복잡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보험회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만이 관세 장벽을 쌓고 방위비를 높이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 만들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 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2009)에서 “대통령이 기업가에게 국가 경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개별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상충하는 이익들 너머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기업 명제가 국가 정책에 잘못 적용되는 예로 ‘수출이 증가하면 일자리도 는다’와 ‘외자 유치가 늘면 무역도 흑자’를 든다. 나라 전체로 보면 수출하는 만큼 무언가는 수입해야 하고, 무역 흑자가 늘면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입이 늘기 마련이다.

□ 트럼프는 기업가 조언을 듣는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가 출신 대통령이었다. 그가 첫 번째 임기 때 추진한 보호무역 강화, 재정 확대 및 감세, 저금리 사이 모순을 ‘트럼프 트릴레마’라고 불렀다. 그 삼중고 사이에서 헤매다 재선 실패 후 4년이 지났지만, 그의 경제정책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국가 정책을 아는 사람이라면 관세 장벽을 쌓고 방위비를 높여 동맹을 힘들게 하면서 미국만 다시 위대해질 방도는 없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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