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라이스 베이스드' 출시
가루쌀,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유당불내증 걱정 없이 섭취 가능
귀리로 만든 식물성 치즈도 출시
건강, 환경 중시 '가치소비족' 겨냥
햄·순대 이어 유제품까지 대안식 확장
우리가 마시는 우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임신, 출산을 거치지 않은 젖소는 우유를 생산할 수 없다. 암소가 태어나면 생후 13, 14개월쯤 인공수정을 시작한다. 10개월 임신기를 거쳐 새끼를 낳는다. 이후 330일가량 우유를 짜내고 잠시 휴식했다 다시 수정을 거쳐 임신한다. 그렇게 출산, 우유 생산을 되풀이하다 5년여 만에 수명을 다하게 된다. 소의 평균 수명은 20년이라고 한다.
물론 이 같은 '공장식' 우유를 당장 대체할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불편한 진실을 접한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지는 줘야 하지 않을까. 송 대표를 비롯한 신세계푸드 임직원들이 1, 2년 전 대안유(乳)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때마침 쌀 과잉 생산을 고민하던 정부가 식품업체들에 "국산 가루쌀로 K푸드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던 터였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국산 가루쌀과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음료 '유아왓유잇 라이스 베이스드'가 21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껏 아몬드·귀리 등으로 만든 '데어리 프리(Dairy Free·유제품 배제)' 제품은 있었지만 쌀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은 처음이다.
송 대표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유아왓유잇 매장에서 열린 신제품 설명회에서 "젖소를 고생시키지 않고 사람들이 먹지 않는 쌀을 갖고 우유를 만들었다"고 했다.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은 신세계푸드가 2023년 9월 론칭한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다. 그는 "기존 우유와 비교해 칼로리나 포화 지방도 낮고, 축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도 없기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며 "유당불내증이나 알레르기 탓에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분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다"고 했다. 신세계푸드는 이날 라이스 베이스드와 함께 귀리로 만든 식물성 치즈(유아왓유잇 식물성 체다향 치즈 슬라이스)도 공개했다.
식물성 타코, 하나 더 먹고 싶었다
신세계푸드는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식물성 재료로 만든 브런치 한 상을 제공했다. 처음 맛본 라이스 베이스드는 기존 우유와 100% 똑같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우유 지방 특유의 묵직하고 깊은 보디감은 없었다. 다만 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유 느낌이 강했다.
신세계푸드의 대체육으로 만든 칠리 콘 카르네에 토마토 살사소스와 식물성 체다향 치즈 슬라이스를 얹은 '미니 타코'는 시중 멕시코 음식 전문점에서 파는 맛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미니 사이즈라는 게 야속했다. 라이스 베이스드에 콩가루를 넣어 만든 '라이스 누들'은 오이가 고명으로 올라가 맛보지 못했지만 주변에선 "이거 진짜 맛있다" 감탄이 터져 나왔다. 참고로 기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다.
이날 메인 메뉴는 이탈리안 볼로냐 샌드위치. 평소처럼 오이나 피클이 숨어 있진 않은지 매의 눈으로 살폈다. 아뿔싸, 역시 아래 빵과 식물성 햄 사이에 잘게 다진 피클이 가득했다. 조심스레 피클과 접촉하지 않은 식물성 햄을 골라낸 후 치즈와 토마토, 상추, 빵을 차례로 올리는 재조립 작업을 거쳤다.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먹는 맛과 똑같았다. 식물성 햄과 치즈도 따로따로 먹어보았지만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시중에 파는 동물성 햄과 치즈를 나란히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구분할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가격은 '프리미엄' 우유 수준
가격은 높은 편이었다. 라이스 베이스드 1리터(L) 제품의 가격은 4,980원. 시중 흰 우유 1L짜리 가격이 3,000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비쌌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형 우유 수준"이라며 "판매량이 늘면 생산 비용도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건강이나 혹은 지구 환경, 동물 복지 등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양학적으로 칼슘이 풍부한 일반 우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민중식 신세계푸드 연구개발(R&D) 상무는 "우유는 85%가 물이고 나머지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칼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구성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대안식품 분야가 계속 커질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미국 레스토랑에 가면 메뉴마다 오른쪽에 'VG(비건)' 'DF(데어리 프리)' 'GF(글루텐 프리)' 식으로 표시돼 있다"며 "우리도 소비자가 음식에 어떤 성분을 넣을지 결정할 수 있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대안식품 R&D에 착수한 신세계푸드는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후 샌드위치용 햄 '콜드컷', '식물성 런천 캔햄'을 출시했다. 지난해부터는 '유아왓유잇' 식물성 간편식(HMR)으로 △런천 김치덮밥 △볼로네제 라자냐 △순대볶음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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