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CLE 450 4매틱 카브리올레
겉모습은 영락없는 스포츠카, 20초 안팎 소프트 톱 개폐
가속·제동 거칠게 해도 자연스러운 자동 변속
'제로 백' 4.7초…급가속에도 차체 떨림 적어
메르세데스-벤츠가 4월 국내 첫선을 보인 CLE 450 4매틱(4MATIC) 카브리올레는 기존 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와 E클래스 카브리올레를 대체하는 차종이다. 카브리올레란 차량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는 이른바 '뚜껑 열린 차' '오픈카'를 뜻한다. 부산 지역에 비가 내렸던 16일엔 차량 지붕을 닫은 채로, 흐리기만 했던 17일엔 뚜껑을 열고 기장군 바닷가 도로에서 이 차를 몰았다.
이 차는 겉모습만 보면 전형적 스포츠카 같다. 벤츠 상표를 강조한 널찍한 그릴, 마차 바퀴를 연상케 하는 빗살무늬 20인치 휠, 소프트 톱(지붕)과 짐칸을 품은 양감 있는 후면이 도로 위 존재감을 뽐낸다. 길쭉한 측면(4m85㎝)과 낮은 차량 전고(1m43㎝)가 스포츠카로서 정체성을 나타낸다. 60㎞ 이하 주행 중, 정차 시 소프트 톱을 열고 닫는 데 각각 20초 안팎 걸린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주행감은 세단을 떠올리게 하는 안정감이 있다. 페달을 가끔 세게 밟아도 차가 앞으로 확 나간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6기통 2,999cc 가솔린 터보 엔진의 힘과 공차중량 2톤(t)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스포츠카로서 경쾌한 주행감을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 운전자가 가속과 제동을 다소 거칠게 해도 차량 구동이 자연스럽게 되는 벤츠 자동 변속기의 뛰어난 성능이 두드러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구동 체계로 최대 17킬로와트(kW)의 힘을 더해 부드럽고 신속하게 엔진 시동이 걸렸다.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스포츠카가 이럴 수 있다
민첩하고 조향감이 뛰어난 전형적 스포츠카와는 다른 면모다. 곡선주로에서 운전대를 꺾을 때도 방향 전환이 부드럽고 안정감이 크다. 핸들을 꺾는 대로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고 잘 따라오는 느낌이다.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도 4륜 구동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적절히 충격을 나눠서 흡수한다. 급히 운전대를 꺾어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파워 스티어링' 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이 차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은 급가속을 할 때였다. 속도를 높이 올려도 운전대나 차체의 떨림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계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데도 저속 주행을 할 때와 승차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속도(제로백) 4.7초를 자랑하는 차인데도 그렇다. 과속 방지턱을 만나도 충격을 묵직하게 한 번에 끝낸다. 최고 출력 381마력(ps), 최대 토크(엔진의 회전력이 가장 강할 때의 힘) 51 kgf·m을 자랑한다.
친절하고 섬세한 실내, '에어캡'·'에어 스카프'
차량 안에도 친절하고 섬세한 길 안내자와 같은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소프트 톱을 연 상태에서 '에어캡' 버튼을 누르면 차량 앞유리 위쪽과 뒷좌석 위편에 바람막이가 올라와 공기 흐름을 조절한다. 탑승자 머리 위로 공기 막을 형성해 바깥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다는 설명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 레스트 아래서 기능하는 '에어 스카프'는 따뜻한 바람을 내뿜어 낮은 기온에도 탑승자의 체온 유지를 돕는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길 찾을 때 큰 도움이 됐다. 11.9인치 세로형 액정표시장치(LCD) 중앙 디스플레이는 15·45도로 조절할 수 있다. 앞좌석 헤드 레스트를 앞으로 밀기만 하면 좌석이 당겨져 옆 문을 통해 뒷좌석에 탈 수 있다.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은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다.
다만 1억80만 원에 이르는 국내 출시 가격, 스포츠카 겉모습에 세단의 주행감을 보이는 특성에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눕힐 수 없는 뒷좌석 시트의 경사가 급하고 뒷좌석 위편 바람막이가 뒷거울로 보는 후면 시야를 일부 가린다. 짐칸은 385리터(L), 연비(공인 복합)는 L당 10.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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