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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대통령 당선에도 험난할 미·이란 관계

입력
2024.07.2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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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무하람 애도식에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무하람 애도식에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의 유고에 따라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강경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는 이란 역사상 최저 투표율인 39%를 기록했고, 2차 결선 투표에서는 49.8% 유권자가 참여해 페제시키안이 54%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란 경제의 침체와 정치 불신 속에서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그의 당선으로 이란 사회의 개혁과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란 관계 복원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란의 주요 외교정책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통제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국과의 화해는 쉽지 않았다. 보수 성향의 이란혁명수비대(IRGC) 출신들이 국방 외교 고위직을 다수 점유하고 있어, 미국과의 화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동맹국 이스라엘의 입장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페제시키안이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대리전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이란의 직접적 군사 충돌로 이란에 대한 위협인식이 크게 고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이란 관계 개선을 반대하며, 양국 화해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란과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간의 연대는 페제시키안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며, 이는 미국-이란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페제시키안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이라크의 인민동원군(PMF)과 같은 대리 세력들과 강한 결속을 유지하며 저항의 축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그는 당선 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에게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 세력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에게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 달성과 예루살렘 해방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공언했다.

개혁파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오랜 제재로 고통받는 이란 국민들의 삶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를 위해 페제시키안은 전임 라이시 대통령과 다른 외교 정책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장애물이 있으며,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이란 화해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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