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 및 전당대회 낙선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자폭 전대'라 불릴 정도로 우여곡절 끝에 전대를 마무리한 만큼 당정 화합을 위해 윤 대통령이 제안한 자리라고 한다. 한 대표 체제 첫날부터 당정 회동을 통한 소통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다만 지난 2년여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주도했던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번 전대 결과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꾸라는 당원과 민심의 요구였다. 한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대한 반응을 강조한 배경이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에 대해선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전대에서 '당정 일체'를 부쩍 강조했고, 친윤 신임 최고위원들은 취임 첫날부터 한 대표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 의견을 따라야 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결국 용산이 껄끄러워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문제가 한 대표 체제와 당정 관계의 앞날을 가늠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한 대표는 제3자(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했고 제2부속실 설치를 건의할 뜻을 밝히며 차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본인이 강조한 대로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고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여당의 변화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호응이 절실한데, 전대 과정에서 공개된 김 여사 문자 논란에서 보듯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친윤은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을 포함해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대에서 분출한 당심과 민심을 확인했다면 윤 대통령이 먼저 당의 입장을 존중하고 물꼬를 터줘야 한다. 전대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첫 만남이 단순히 당정 일체를 강조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