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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와 ‘그림자 금융’

입력
2024.07.25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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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25일 정산 지연 사태 관련 고객들이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25일 정산 지연 사태 관련 고객들이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 돈 돌려줘.’ 제때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면서 경찰이 출동했고, 기업 대표는 뒤늦게 현장에 나타나 환불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몰려든 사람들은 밤새 줄을 서 돈을 돌려받았지만, 사태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일지 모른다.” 금융회사 파산 직전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e커머스’ 업체 위메프에서 벌어진 심야 소동이다.

□정산 지연으로 시작된 티몬·위메프 사태 흐름이 금융사 ‘뱅크 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비슷한 이유는 티몬·위메프 영업 행태의 본질이 유통업보다는 금융업 같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용자가 869만 명에 달하고 월 거래액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소비자가 지불한 돈을 티몬은 40일, 위메프는 두 달 내에 6만이 넘는 판매자에게 정산해 왔다. 티몬·위메프를 소유한 큐텐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제멋대로 굴리는 ‘비인가 투자사’인 셈이다.

□큐텐을 유통사가 아니라 투자사로 본다면, 왜 연간 1,000억 원대 적자 기업 큐텐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AK몰 등 국내 e커머스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는지 파악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싸고 좋은 상품 생산자를 찾아 소비자에게 연결하려는 노력보다는 투자 자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e커머스 업체 이용자 풀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컸을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정산할 돈이 부족해지자, 상품권 할인 판매까지 손을 댔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급증하는 ‘그림자 금융’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 등과 달리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이나 상품으로, 요즘 부실 우려가 큰 부동산 PF가 그 예다. 국내 그림자 금융 규모는 지난해 말 926조 원으로 10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 기법 발달 등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그림자 금융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이제 e커머스도 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 차원에서 관리 감독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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